<웨이브>전문인력 재채용

독일의 라인강 하구 겔데른에 있는 전자부품회사 루벨. 이 회사는 연간 매출액이 3억3천만 마르크 정도 되는 독일에서 꽤 알아주는 중견 부품업체이다. 그러나 이 회사는 특이한 인력채용으로 더 유명하다. 대부분의 전자업체들이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것과 달리 실업자 생활을 1년 이상 해본 사람들만 채용한다. 실직생활을 오래한 사람들을 더 선호한다.

IMF라는 특수한 상황 아래 직장을 잃고 방황하거나 빚 때문에 거리에 내긴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는 우리의 실정에 비춰 보면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루벨이 실직자들만 받아들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실직한 사람일수록 새 직장에 대한 애착심이 강할 뿐 아니라 기술적 경험도 풍부해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게 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즉, 실직자들에게 일자리를 부여함으로써 노동에 대한 자긍심을 높여주고 이들의 풍부한 기술력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루벨의 실직자 채용은 나름대로 성공을 거두었다. 대부분의 유럽 전자업체들이 경기불황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는 지난 3년간 관련업체 5개를 인수합병할 정도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IMF한파로 요즘 우리나라 전자업계에도 종업원들의 대량해고가 줄을 잇고 있다. 내로라 하는 대기업들도 구조조정을 앞세워 많은 사람들의 해고를 서두르고 있다. 현재 그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지만 전자업계를 떠났거나 떠날 사람들은 어림잡아 20만~3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일자리를 잃은 이들 중에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낮은 임금,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수하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오랫동안 실업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량실업사태에도 전자업체로서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향후 경기가 활성화하고 산업이 안정됐을 때 전문기술인력을 어떻게 다시 확보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전자산업의 발전은 전문기술과 노하우가 전제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러한 점에서 구조조정 차원에서 내보낸 전문인력들에 대한 각종 정보를 인력 재채용을 위해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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