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멀티미디어 콘텐츠산업 육성, 지원 시급

IMF체제에 접어들면서 심각한 위기상황을 맞고 있는 국내 멀티미디어 콘텐츠산업을 회생시키기 위한 새로운 차원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협력모색 등 업계의 자구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화, 비디오, 게임,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한 국내 멀티미디어 콘텐츠산업은 90년대 들어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참여하고 중소 전문업체들에 자본을 투자함에 따라 본격적인 개화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작년부터 불어닥친 불황으로 상당수가 폐업 또는 퇴출하고 살아남은 업체들마저 사실상 휴면상태에 들어가는 등 극심한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런 가운데서도 올 봄 들어 중소업체들간 해외시장을 공동 개척하는 등의 자구노력이 활기를 띠고 있고 그동안 IMF한파와 대기업 구조조정 분위기에 휘말려 손을 놓고 있던 대기업들도 외국 판권수입을 자제하면서 국내 중소업체와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분위기다. 물론 급등한 환율로 인해 해외판권 도입의 채산성이 크게 악화된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기업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국내 중소업체들의 자금조달 및 판매에 다소나마 숨통을 터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게임업체들이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다음달 27일부터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게임 및 엔터테인먼트 SW 전시회인 E3(Electronic Entertainment Expo)에 공동 참가키로 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이번 E3에는 한국PC게임개발사연합회(KOGA)가 소속 8개사의 20여개 게임SW를 전시하고, 한국멀티미디어컨텐트진흥센터가 9개 게임 및 교육용 SW업체의 제품 20여종을 선보이는 등 국내에서 2개 단체와 3개 개별업체가 참가, 30여개사가 개발한 50여종 가량의 국산 게임 및 교육용 SW를 출품할 예정이다.

그동안 국내 일부 업체들이 개별적으로, 또는 외국 유관업체와 협력해 E3에 참가하기도 했으나 조직적이고 대대적으로 참가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부분 관심은 높았지만 비용 및 제품의 질적 문제로 직접적인 참가는 못해 왔는데 해외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공통의 위기의식이 업체간 협력을 이끌어냈고 결과적으로 가장 어려운 시기에 가장 많은 업체와 제품을 출품하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E3 참여는 국산 제품의 홍보 및 기술정보 습득의 기회가 됨은 물론 국내 제품생산 업체들이 대거 참가함으로써 당장의 수출성과와 더불어 장기적인 세계시장 진출의 계기도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문화관광부와 정보통신부 등 유관부처와 관계기관들도 최근 잇따라 멀티미디어 콘텐츠산업 지원, 육성 방침을 밝혀 관련업체들에 힘이 되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최근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재원확보를 위해 영화진흥기금을 5년 안에 5백억원으로 확대하고 영상부문 관련조합을 조성해 3백억원의 기금을 조성하는 한편 외국자본을 유치해 제작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하고 영상 전문인력을 양성하며 영화, 애니메이션 영상 벤처센터를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한 국산게임 제작활성화를 위해 작년부터 매년 5∼8개 작품을 선정, 1천만원씩을 사전 지원하는 「우수게임 사전제작 지원제도」, 전자신문사와 공동으로 시행중인 「이달의 우수게임」 및 「대한민국 게임대상」 등도 지속적으로 보완육성해 나갈 방침이다.

정보통신부도 대학, 연구소 밀집지역에 멀티미디어 콘텐츠, 영상, 소프트웨어산업을 유치함으로써 산, 학, 연, 관 종합지원체제를 마련하고 콘텐츠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디지털 콘텐츠 뱅크를 구축, 국내 디지털 영화를 시범 제작하는 한편 PC기반 첨단게임 제작도구 및 타이틀을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둘 예정이다. 한국멀티미디어컨텐트진흥센터 역시 관련업체들의 콘텐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최근 센터가 보유하고 있는 각종 장비를 개방했다.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 오히려 중소업체들간 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협력 분위기가 조성되고 정부 및 유관기관들의 육성의지가 강화되는 것은 국내 멀티미디어 콘텐츠산업의 진정한 경쟁력을 배양하는 데 적지 않은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정부 및 유관기관들의 지원이 부처별로 독자적으로 운용됨으로써 제대로 시너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재원이나 노하우가 턱없이 부족한 우리 현실을 감안할 때 산업지원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정부부처나 산하기관들의 연계성 확보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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