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업계, 불황 보는 시선 너무 다르다

네트워크업계가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경기불황을 바라보는 시각에 큰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기업고객들의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네트워크업체의 동반불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부정론과 기업들이 인원감축을 상쇄할 생산성향상 요인으로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긍정론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네트워크업체들은 경기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마케팅전략을 수정하는 등 업체별로 경영방침에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먼저 긍정론을 주장하는 업체들의 경우 기업고객들의 인원감축, 비용절감 등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면서 기업들의 생산성향상을 위해 장비도입을 서두를 수 밖에 없다는 지론이다. 고용 인원수가 적어진다고 해서 업무자체가 축소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각 개인에게 주어지는 업무는 과중될 수밖에 없고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네트워크 구축은 필수불가결 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비해 생산성이 높은 구미 선진국의 경우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인원절감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도 이를 뒷받침해준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정부의 통신망 구축 의지가 강한만큼 여기서 얻어지는 시너지효과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경기불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부정론의 경우 기업고객들의 투자여력이 일단 회의적이라는 시각이다. 무엇보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강한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대량 실직사태를 연출하는 것만으로도 기업들의 투자에 의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IMF가 일시적인 상황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장기화로 치달을 가능성 마저 배제 할 수 없다는 것이 부정론을 강하게 뒷받침해준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기업마다 일정 수준의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상태여서 「투자 최적화」를 앞세워 더 이상의 투자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즉 기존 장비나 시설을 활용해 운용해도 당장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업체들의 마케팅전략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부정론을 주장하는 업체들의 경우 기업보다는 국가의 정책프로젝트 수주에 관심을 쏟고있다. 관이나 군의 통신망 구축과 학교정보화에 따른 네트워크 장비시장 등 이미 예산이 책정된 시장을 공략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반면 긍정론을 앞세운 업체들은 기업고객을 중심으로 한 제품개발 등 마케팅 전략을 기존의 제품 중심에서 시장 중심으로 옮겨 영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IMF 이후 실직자들이 창업을 서두르면서 SOHO시장이 급부상함에 따라 여기에 초점을 맞춘 제품들을 출시하면서 기업고객을 겨냥한 마케팅전략을 펴고 있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들 양론 모두 설득력은 있지만 현재 상태는 네트워크 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태』라며 『네트워크업체들이 바라보는 시장상황이 어떻든 올해는 상황은 낙관적이지 못한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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