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절감은 지구 환경보호 정책과 연계돼 특정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차원의 문제가 되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은 화석 연료의 사용을 줄여 환경오염을 감소시키는 정책을 추구하면서 절전형 제품의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지난 95년부터 에너지 소비 효율을 7등급으로 구분한 유럽규격(EN)을 전기제품에 적용하고 있고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국가들도 에너지 절약기준을 강화해 절전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이들 선진국들의 에너지 정책의 기저는 새로운 발전소 건설보다 절전형 제품의 보급 노력을 에너지 절감이 국가적 차원에서 더욱 중요하다는 데 두고 있다.
따라서 이들 국가는 에너지 효율 기준을 끊임없이 상향 조정하면서 기준에 미달된 제품은 판매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산업계와 소비자들의 절전 의식을 고취시키는 정책을 적극 시행하고 있다.
일본 산업계에서는 지난해 12월 일본 교토에서 열린 「지구온난화방지회의(COP3)」를 계기로 환경문제, 특히 에너지절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온실효과를 부추기는 가스배출을 줄이기 위한 목표치가 설정됨에 따라 日통산성도 최근 에너지사용을 합리화한다는 취지 아래 「가전재상품화법안」과 「에너지절약법안」을 국회에 상정, 통과시키는 등 에너지절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유럽
미국은 올초 앨 고어 부통령이 세계 주요 가전업체 관계자들과 만나 절전형 TV와 VCR을 생산해 줄 것을 요청, 합의를 이끌어내는 등 정부 최고위 관계자까지 직접 나서 절전 정책을 직접 챙기고 있다.
당시 고어 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 환경보호청(EPA)과 한국의 삼성전자, LG전자를 포함한 세계 주요 11개 가전업체 사이에 합의된 내용은 앞으로 기존 제품과 성능과 가격에서 차이가 없으면서도 절전 기능을 획기적으로 강화한 가전제품을 만들어 판매한다는 것. 고어 부통령은 이 합의에 대해 『에너지 절감을 위한 민, 관 공동 노력의 중요한 사례』라며 『미국민에 수억달러의 에너지 사용료 절감과 환경오염 방지, 그리고 새로운 경제활동의 기회를 제공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합의에 따른 기준을 충족시킨 제품은 EPA가 인정하는 절전형 제품 표시인 「에너지 스타」 라벨을 부착해 판매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제품은 사실상 판매가 규제될 전망이다.
EPA의 「에너지 스타」 프로그램은 지난 92년 시행된 이래 현재까지 컴퓨터, 냉장고 , 식기 세척기, 에어콘 등에 2천개이상의 라벨 부착 제품을 탄생시키면서 가구당 연평균 4백달러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EPA가 미국의 에너지 정책을 통괄하는 것은 아니고 에너지부가 별도로 있어 이 곳에서 에너지 정책을 담당하고 있다.
에너지부는 지난 92년 「에너지 정책법」이 의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에너지 관련 전 부문에서 소비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한 각종 정책수단을 마련, 집행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했다. 에너지부는 현재 산하 단체 및 관련 단체들을 통해 각종 가전기기에 대해 「에너지 가이드」 정책을 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판매되는 가전제품에는 에너지 소비량이나 에너지 소비효율에 대한 절대치와 상대 비교치가 표시되고 제품 구입전에 다른 제품과 에너지 소비효율을 비교하라는 안내 문구도 부착토록 돼 있다.
그 결과, 소비자들이 특정 제품 구입에 따른 에너지 절약 비용을 비교해 본 후 구입 제품을 결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유럽연합(EU)은 94년 1월에 냉동냉장고 및 냉동고, 세탁기, 의료 건조기, 식기 세척기 ,온수용 보일러 등에 대한 에너지 소비효율 기준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이들 제품에 대한 에너지 소비효율 기준 및 등급표시가 의무화 됐으며 95년부터는 에너지 효율을 7등급으로 구분한 유럽규격(EN)을 마련, 시행하고 있다.
EU는 이와함께 냉동냉장고와 냉동고에 대해선 프레온가스(CFC) 사용 제품 및 최저 에너지 소비효율 기준 미달 제품의 생산 및 수입 금지 등 환경보호 측면에서도 에너지 소비효율 관리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EU외의 국가로는 스위스가 냉장고, 전자레인지, 세탁기, TV, VCR 등 가전기기와 컴퓨터, 모니터, 프린터, 복사기 등 정보기기에 대한 에너지 소비효율 기준을 설정해 업체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러시아 및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들도 냉장고에 대해 최저 에너지 소비효율 기준(MEES)을 적용하고 있으며 전동기, 가정용 보일러 등으로 그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이들 국가들은 미국과 효율기준 설정을 위한 상호협력 협정을 체결하고 있어 앞으로 EPA 수준의 에너지 소비효율 기준이 설정될 전망이다.
<오세관 기자>
<>일본
오는 2001년부터 시행되는 「가전재상품화법안」은 TV,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4가지 가전품목의 경우 가전생산업체와 수입판매업자에는 제품의 회수와 재활용을, 판매대리점에는 판매한 제품의 회수를 의무화하고 제품회수 및 재활용에 드는 비용을 소비자에게 부담토록 하는 것이 골자이다.
日정부는 가전재상품화법안의 조기 정착을 위해 생산업체에는 제품의 재활용상황을 정기적으로 보고하게 하는 한편 정부에 입회검사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회수상황을 엄중히 감시토록 했으며 위반업체에 대한 권고 및 벌금 등의 벌칙규정도 마련해놓고 있다. 또 앞으로는 대상품목을 PC,전자레인지 등으로 확대해 나가는 한편 「관리전표제도」를 도입해 가전제품의 불법투기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에 日국회를 통과한 에너지절약개정법안에는 특정기기에서 업계 최고수준의 절전기종 및 기술이 개발되면 그것을 새로운 기준으로 결정하는 「톱러너방식」을 도입키로 하는 안이 포함되어 있어 절전형제품 개발을 위한 일본 자동차, 전기기계업계의 발걸음이 더욱 바빠지고 있다.
더욱이 이 법안은 공장, 사업장에 대해서도 에너지를 합리적으로 사용하게 하기 위해 에너지절약계획을 의무적으로 제출케 하고 적용범위도 확대시켜 나가기로 했다.
이번 법안개정의 키포인트인 「톱러너방식」은 에너지 소비효율 기준을 현재 상품화되어 있는 제품의 최고치 이상으로 설정하는 것으로 이 수치에 미달하는 업체는 상호를 공개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제품생산을 할 수 없게 하는 강력한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자동차, 에어컨, 전기냉장고 등 12개 대상품목을 생산하는 업체는 자칫 잘못하면 사업철수로까지 치닫게 될 우려가 있는 한편 획기적인 기술개발에 성공할 경우 단숨에 업계 수위자리에 올라설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일본산업계에서 日정부의 이같은 에너지 절약방침에 가장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은 가전업계.
일본빅터(JVC),마쓰시타전기산업,도시바,소니,샤프,산요전기 등 일본의 주요 가전업체들은 기기를 사용할 때 소요되는 소비전력은 물론 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동안에도 리모콘사용이나 시계표시 기능,메모리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소요되는 대기전력을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또 절전제품의 개발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최근에는 각각 제품의 소비전력과 관련한 중장기 목표를 세워놓고 절전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쓰시타의 경우 자사가 생산하는 모든 가전제품의 소비전력을 오는 2000년까지 95년도에 비해 30% 가량 낮추기로 했고 산요전기도 2000년까지 에어컨, 냉장고, TV 등 주요 가전제품의 일부 기종에 따라 소비전력을 95년도에 비해 20~35% 가량 낮출 계획이다.
도시바도 가전, 정보기기의 소비전력을 2000년까지 95년도에 비해 10% 낮추기로 했다.
일본 가전업계에서 절전 제품 분야에서는 선구적인 위치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빅터의 경우 이미 40여년전부터 TV에 방의 밝기에 따라 화면의 휘도를 조절하는 「E, E센서」기능을 탑재해 절전효과를 꾀하고 있다. 일본빅터는 지난 93년에도 「위성방송(BS)전원 자동 차단」기능을 탑재한 TV를 선보이는 등 대기전력부문에서도 TV의 경우 이미 1W이하의 소비전력을 달성, 평균치인 1.5W보다 낮은 소비전력을 보이고 있다.
소니의 경우 올해부터 출시하는 미니컴포넌트 6~7개 주력 모델을 대상으로 종전에 10W내외의 전력을 소요하던 대기전력을 3분의 1수준인 3W이하로 낮추기로 했고 TV분야에서도 「베가」시리즈 중 고급기종 분야를 향후 1,2년내에 화면휘도를 조정함으로써 소비전력을 최대 약 60W까지 줄이기로 했다. 또 대기전력의 경우 보급가격대 단순기능모델을 시작으로 적용대상을 점차 확대해 금년중에는 전제품을 1W이하로 낮추고 내년에는 0.5W이하로 낮추기로 했다.
이처럼 에너지절약운동이 넓게 확산됨에 따라 마쓰시타,샤프 등은 자사제품에 환경친화형 상품이라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 자체 스티커를 부착하는 등 벌써부터 차별화전략을 통한 제품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PC업계에서도 최근 들어서는 전력소비를 줄이기 위해 액정모니터 채용을 시작하는 한편 NEC의 경우 재생플라스틱을 사용한 PC를 시장에 선보이는 등 오는 2001년부터 시행하기로 되어 있는 「가전재상품화법안」보다 오히려 앞서 나가고 있다.
<주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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