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데스크톱PC사업 정리설 유력

「디지털이퀴프먼트 데스크톱사업, 결국 막 내리는가?」

지난 1월 컴팩컴퓨터로의 인수가 결정되면서 불투명한 미래를 예고했던 디지털이퀴프먼트의 데스크톱PC사업이 최근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5일 인텔의 고성능 펜티엄Ⅱ 발표에 맞춰 시스템업체들이 일제히 이에 기반한 신제품을 선보였지만 디지털만이 유독 침묵을 지킨 것이다. 대형 업체들을 포함, 40여개 시스템업체들이 앞다퉈 신제품 경쟁에 나섰으나 디지털의 이름은 명단에서 빠져 있었다. 그리고 한두달 내에 발표할 것이란 예고 보도도 없었다.

이러한 사실이 이 회사 데스크톱사업의 운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게 아니겠냐는 해석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디지털은 사업정리설을 부인하면서 구체적인 일정 제시는 없었지만 자사도 펜티엄Ⅱ 신제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히긴 했다. 그리고 합병절차가 공식적으로 마무리되기까지 당분간 정책상의 변화는 없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합병이 완료되면 디지털의 사업 중 무엇보다 데스크톱부문이 정리대상 1호가 될 것이라는 의견만은 지배적이다. 한 분석가는 구체적으로 미국 연방무역위원회(FTC)의 합병승인이 나면 1년 이내에 디지털의 데스크톱사업은 막을 내릴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게다가 디지털에서 로버트 팔머 최고경영자(CEO)에 이은 제2인자로 세계 하드웨어 영업 및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던 브루스 클래플린 수석부사장이 최근 물러나겠다고 밝힌 것도 데스크톱의 한시적 운명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뛰어난 관리능력으로 차기 디지털 최고경영자로 거론되기까지 했던 그가 전격 사의를 표한 것은 컴팩과의 합병 이후 자신의 입지가 줄어들지도 모를 상황을 미리 피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합병이 완료되면 양사간에 중복되는 하드웨어 사업은 어떤 식으로든 통합될 것이고 이럴 경우 현재 컴팩에서 엔터프라이즈 영업을 맡고 있는 존 로스 수석부사장이 통합된 엔터프라이즈 컴퓨팅영업을 총괄할 것이 유력하기 때문에 디지털 클래플린 부사장의 운신의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또한 합병 후 중복사업을 중심으로 특히 디지털측의 대규모 감원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에서도 데스크톱부문의 정리를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이와 관련, 클래플린 부사장의 사임이 어쩌면 디지털 경영진의 잇따른 사퇴를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는 풀이는 의미심장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사실 디지털의 PC사업은 지난 1월 세계 최대 PC업체인 컴팩과의 합병이 결정됐을 당시부터 시한부를 예고했던 것이기도 하다. 당초 컴팩의 디지털인수가 디지털의 하이엔드시스템과 강력한 컨설팅 및 서비스 사업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던 만큼 컴팩과 중복되는 사업은 어떻게든 정리, 흡수되지 않겠냐는 것이 유력한 분석이었다. 더구나 컴팩의 PC사업 규모가 디지털보다 훨씬 크다는 점에선 당연한 논리였다.

여기에 컴팩은 현재 넘쳐나는 PC재고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경이기도 하다.

결국 디지털이 이번 고성능 펜티엄Ⅱ 시스템 발표에서 빠짐으로써 이 회사의 신제품 신고는 지난달 3백33㎒ 펜티엄Ⅱ가 마지막이었을지 모른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한편 디지털은 자사 인터넷 온라인 사이트와 경매사이트를 통해 자사 제품의 특가 판매에 나섰다. 이에 따라 1백66㎒ K6와 16M 메모리, 1.2GB HDD를 탑재한 「3010」시스템이 디지털 사이트에서 7백11달러에 공급되고 웹 경매사이트인 「웹 억션(Web Auction)」에서는 2백㎒ 펜티엄에 16M 메모리, 1.2GB HDD, 이더넷 컨트롤러 칩 등을 갖춘 셀레브리스 FX 5200이 최근 6백11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 제품의 현재 소비자가는 1천3백99달러이다.

이러한 제품처분은 재고소진을 통한 사업정리의 수순일 가능성도 있다. 결국 디지털의 공식적인 부인과 상관없이 이 회사의 데스크톱 사업은 서서히 종말을 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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