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실리콘 반도체보다 집적도를 1만배 이상 향상시킨 반도체 소자를 개발할 수 있는 이론을 발표, 전세계 물리학계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는 사람이 있다.
임지순 서울대 교수(물리학과, 47)가 바로 그 화제의 인물이다. 그는 탄소로 구성된 분자인 나노튜브를 다발로 배열하면 도핑을 하지 않고도 튜브에서 저절로 반도체의 성질을 띠게 된다는 이론을 세계에서 처음 입증했다.
과학 전문지로 이름난 네이처가 최근호에서 이 이론의 발표로 기존의 실리콘 반도체보다 집적도를 1만배 이상 향상시킬 수 있는 탄소 반도체의 개발이 이르면 앞으로 5년 안에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탄소 나노튜브는 우수한 전기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순수한 반도체에 보른(Boron)이나 인 등 불순물을 첨가하는 이른바 도핑의 어려움 때문에 이를 이용한 반도체 소자의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했는데 이제 이러한 문제점을 완전히 해소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임 교수는 『이번 연구는 탄소로부터 이제까지와는 성질이 다른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이론적으로 확인한 데 그 의미가 있을 뿐』이라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탄소 나노튜브를 실제 반도체로 만들기 위해서는 실리콘과는 전혀 다른 대량생산 및 직접회로 배열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직 반도체 소자의 개발여부는 논할 단계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임 교수는 앞으로 나노튜브 다발의 반도체적 성질을 조절하는 기술, 구체적으로는 나노튜브에서 특정 탄소원자를 빼내거나 치환했을 때 그 성질이 어떻게 변하는지 등의 이론연구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임 교수는 지난 70년 서울대를 졸업 후 미국으로 유학, 8면 만에 MIT대에서 반도체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그 후 벨연구소의 연구원 등으로 일하다가 86년부터 친정인 서울대로 돌아와 물리학을 가르치고 있다.
<서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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