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업계 살길은 "공동물류"

최근 IMF한파로 인한 최악의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생존전략 차원의 「공동물류」에 대한 비디오 업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비디오 관련시장이 침체일로에 있는 최근의 상황을 오히려 물류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증대 및 시장개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공동물류가 대응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도 업계 공동의 물류회사인 NRC와 JDS사가 전체 비디오테이프 유통량의 70%를 소화하고 있는데 이같은 시스템은 지난 74년 오일쇼크의 충격으로 비디오시장이 침체에 빠지자 불황극복을 위해 도입,정착된 것이다. 이에 비춰볼 때 현재의 한국 시장상황이 공동물류 도입의 적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 비디오 물류는 「제작자도매상(대리점, 직판영업사원)중간도매상소매상소비자」로 연결되는 다단계 유통구조인데다,대부분의 제작사가 물류비용까지 부담하는 「고비용 저효율」구조를 이루고 있다. 시장수요에 비해 대형 제작사가 많아 회수, 반품, 폐기 등 물류상의 비용손실도 과다한 편이라는 지적도 적지않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현재 약 1백18개 유통회사에 영업사원 1천2백50여명이 활동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작년 비디오 매출액인 2천3백5억원의 17.4%인 4백1억원이 물류비로 쓰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같은 수치는 연간 비디오 출시편수가 4천1백85편으로 한국보다 2배가량 많은 일본보다도 3배나 높다. 일본은 출시편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공동물류를 통해 전체 매출액의 6∼7%만을 물류비용으로 쓰고 있는 것이다.

시장 잠재수요에 비해 대형 비디오 제작, 유통사가 많아 경쟁이 치열한 점도 국내 비디오 유통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인기작품 한 두 개로 수많은 실패들을 보상받을 수 있다보니 밀어내기나 꺾기와 같은 파행적인 영업방식이 난무하고 이로인해 악성 재고와 같은 부담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다.

현재 대안으로 거론되는 공동물류의 형태는 크게 세 가지. 업계 공동의 물류회사를 설립하되 세부적인 운영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 방안은 「공동물류센터도매상소매체인점소비자」로 연결되는 구조. 이는 갑작스런 유통변화에 따른 시장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기존 도매상들을 배려한 것이다. 두 번째는 「공동물류센터대형 소매점소비자」로 연결함으로써 도매상을 물류센터로 흡수해 유통단계를 최소화한다는 것이고,세 번째는 「공동물류센터대형 할인점소비자」로 연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최종 소비자가격까지 저렴하게 만들자는 방안이다.

그러나 공동물류시스템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찮다. 한국 비디오시장의 현실은 물류개선만으로 유통개선 및 시장발전이 이루어지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스타맥스의 김춘근 마케팅부 팀장은 『물류비용을 줄인다고 시장이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오히려 고객증대를 위해 노력해야할 때』라고 말한다. 그는 또한 『공동물류시스템이 도입된다 하더라도 그 실수익이 업계로 회귀된다는 보장도 없다』고 덧붙인다.

비디오 도매업체인 에이블 커뮤니케이션의 김대진 대표도 『당장에 대형 제작사 중심의 공동물류가 도입될 경우 현존하는 60여개 비디오 도매전문업체들의 입지가 약화되는 등 힘없는 도매상들이 시장에서 밀려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비디오 공동물류의 필요성에는 인식을 같이하나,각 업체들의 이해타산을 중재하고 의견을 수렴할 만한 세력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공동물류는 업계의 숙원이되,실현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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