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쿼터제" 위태위태

최근 한국의 경제위기를 틈탄 문화개방 압력이 거세지는 데다 한국영화 제작편수도 크게 줄어들면서 한국영화의 보호 및 지원의 보루로 여겨져온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의 존립이 위협받고 있다.

지난 7, 8일 제프리 하디 미국 영화협회(MPAA) 부회장은 문화관광부와 산업자원부를 잇따라 방문해 『스크린쿼터를 완화하면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형태의 극장사업에 5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앞서 미국은 지난달 31일 열렸던 한미통상협의체회의에서 『스크린쿼터가 세계무역기구의 내국민 대우 규범에 어긋난다』며 철폐를 주장하는 등 압력과 회유를 거듭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한국영화인들의 반응은 『재론의 여지없이 노(No)』다. 스크린쿼터는 지난 88년 영화직배가 허용된 이래 10년간 계속된 할리우드 대작영화의 융단폭격을 피하게 해준 일종의 방공호였다는 것이다. 영화계는 만일 스크린쿼터가 철폐될 경우 그나마 명맥을 유지해온 한국영화가 재기할 수 없는 나락에 빠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반면 극장주들은 내심 스크린쿼터 철폐를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 관람객 수와 수익에 민감한 이들은 「타이타닉」과 같은 할리우드 대작영화에 견줄 만한 한국영화가 없다는 점에서 스크린쿼터 철폐를 묵시적으로 동조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극장주들은 한국영화를 공연신고하고도 10∼20일씩 상영하지 않는 등 스크린쿼터를 자주 위반해왔고, 스크린쿼터 피해가기 노력에 따라 20∼80일까지 감량받아 왔다. 작년 10월 11일 개정 발효된 영화진흥법에 따라 스크린쿼터는 1년에 1백46일로 정해져 있지만 △문화부장관의 재량으로 20일(군지역 및 인구 10만 이하 지역은 40일) △성수기(방학 및 명절)에 한국영화를 상영했을 때 20일 △통합전산망에 가입했을 때 20일 등 노력에 따라 최소 20∼60일, 최대 80일까지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일부 영화인들은 『지난 66년부터 정책적으로 채택된 스크린쿼터가 한국영화의 자생력과 국제경쟁력을 약화시켰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빈약한 인력과 제한된 시장, 영세한 자본력, 할리우드 대작영화에 길들여진 관객들의 입맛 등 한국영화계가 빈사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에 성급한 스크린쿼터 철폐는 국내 영화시장을 송두리째 외국에 내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업계관계자는 『스크린쿼터 완화 및 철폐 논의는 정부의 영화진흥과 제작업계의 노력을 통해 한국영화의 살(경쟁력)을 찌운 후에나 가능하다』고 말하고 『문화선진국인 프랑스가 영화관람권료, TV방영, 비디오 판매 등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연간 1백50여편의 국산영화제작 보조금으로 지원하고 방송프로그램의 50% 이상을 프랑스 및 유럽원산 프로그램을 방영토록 의무화해 미국산 TV프로그램에 대해 수입쿼터제한을 하고 있는 점을 되새겨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스크린쿼터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에 규정된 바에 따라 「각 국가별로 일정한 필요조건에 따라 인정」되는 점도 정부가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게 영화업계의 지적이다.

<이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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