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오류 또는 미필적 고의의 한 유형이므로 기술로 치유할 수 있다.』 『정보산업 전체를 마비시키는 중대한 장애다.』 『20세기 모든 문제점들을 함축하고 있는 세기말적 재앙이다.』 『전환기에 생길 수 있는 관습해체의 충격같이 통과의례적인 것이다.』
「밀레니엄 버그 (Millennium Bug)」로 상징되는 2000년(Y2k) 연도표시 문제를 인식하는 일단의 견해들이다. 상당한 괴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같은 밀레니엄 버그를 보는 시각차에도 불구하고 어떻든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 버그가 21세기로 가는 정보사회의 길목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밀레니엄 버그란 컴퓨터가 2000년이 되면 네 자리 연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잘못된 연산처리와 오작동으로 세계적인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가설적인 상황을 의미한다. 밀레니엄 버그를 원천적으로 차단하지 못한 탓을 메모리공간을 네 자릿수로 넓히는 데 드는 엄청난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인간의 강박적인 계산으로 돌릴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자체가 바로 인간의 한계라는 진단이 그럴싸하게 들린다. 그도 그럴 것이 인간의 인식 차원에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기간이란 대개 「10년」 단위나 「30년」 단위의 기간인 한세대(一世代)가 고작이라고 한다. 기간을 아무리 늘려봐도 1백년 단위의 1세기(一世紀)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이제 2000년은 1백년 단위의 세기의 시작보다는 1천년기의 출발이라는 더 큰 의미로 우리 앞에 다가와 있다. 따라서 대망의 21세기에 이르는 통과의례를 치르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밀레니엄 버그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마련에 함께 나서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문제와 대책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있음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정부는 너무 안일하고 업계는 너무 호들갑이다. 외신에 따르면 선진국들은 2000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재원으로 어머어마한 예산을 투입한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우리네 처지에서 보면 행복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전자신문이 정보통신업계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밀레니엄 버그를 해결하기 위한 대대적인 캠페인에 나섰다. 이번 캠페인은 2000년 문제의 본질을 널리 알려 정확한 상황인식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대응방안을 찾아주기 위한 것이다. 우리도 새로운 천년기를 맞기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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