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들이 수년간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들여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무단복제하는 것은 개발자들의 개발의욕을 꺾을 뿐 아니라 산업발전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게 된다.」
현재 시판중인 상용 소프트웨어엔 예외없이 이런 내용의 문구가 표시돼 있다. 그만큼 소프트웨어 사용자들 사이에서 불법복제가 만연돼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업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프트웨어 불법복제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소프트웨어산업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는 앞서 지적한 유통업체간의 과당경쟁 이외에도 불법복제, 공급업체의 번들판매 등 다양하다. 이 가운데 불법복제가 다른 어떤 것 보다 산업적 피해가 크다.
소프트웨어 유통업계의 과당경쟁은 마진감소의 결과를 낳지만 불법복제는 판매감소라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유통업계 입장에선 충분한 수요가 보장된다면 박리다매 방법으로라도 매출을 올릴 수 있지만 수요가 감소하거나 아예 없다면 유통업체의 존재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불법복제가 소프트웨어 산업에 끼치는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
지난 몇 년간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회(BSA)가 조사 발표한 전세계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율에 따르면 우리나라 불법복제율은 매년 꾸준한 증가추세를 보이다 96년에 와서 다소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다. 94년 75%에서 95년엔 76%로 1% 증가했다가 96년 들어 70%로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전세계 평균 40%대보다 30% 가량이 높아 여전히 세계 7위라는 불명예스런 기록을 남기고 있다.
불법복제에 따른 96년 한해동안의 피해손실액은 5억1천5백만달러에 달한다. 이 역시 전년의 6억7천5백만달러보다 크게 줄긴 했으나 명예스럽지 못한 기록이다.
그러나 문제는 올해다. IMF 한파로 각 기업들이 감원 등의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비용절감에 사활을 걸면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구입예산의 대부분을 삭감했다. 특히 하드웨어는 유형의 자산이어서 투자가치가 있는 반면 소프트웨어는 무형인데다 불법복제가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소프트웨어 구입예산의 상당수를 삭감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소프트웨어 공급업체들이 각종 상용 소프트웨어를 시험판으로 제작, 전국에 무료로 배포하거나 잡지 부록으로 제공하면서 소프트웨어에 대한 가치를 실추시킬 만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문제점들이 단기간에 해결될 수는 없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산업을 위해선 관련업계의 총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사용자는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 이상의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값진 재산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최근 초등학교를 비롯한 각급 학교기관에서 불법복제는 범죄행위임을 강조하는 소양교육이 실시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불법복제 예방을 위한 유관단체들의 캠페인이 강화돼야 한다. 이의 일환으로 소프트웨어재산권보호위원회(SPC)와 BSA는 올해 대대적인 캠페인과 함께 불법복제에 대한 단속 수위를 크게 높일 계획이다.
BSA의 경우 올해 초 기억하기 쉬운 번호의 핫라인(080-555-5556)을 개설해 신고를 접수하고 있으며 내주부턴 캠페인성 전단을 제작해 기업 및 개인 사용자 등 2만명에게 우편으로 발송하고 있다.
불법복제 근절을 위한 업계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선행돼야 할 것은 사용자의 의식전환이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가치인식을 바로 잡혀야만 개발자, 유통자, 사용자 모두에게 득이 되기 때문이다.
<최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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