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제조와 유통의 조화

田東秀 티존코리아 사장

IMF시대를 맞아 사회 각 분야가 추측하기도 힘든 생존을 위한 강도높은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이제 와서 누가 잘못했다는 식의 논쟁을 벌이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동안 벌여왔던 사업을 종합적으로 점검, 잘못된 점을 보완하는 것이 성공을 위해 더욱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지난 60년대와 70년대의 눈부신 경제성장과 함께 알게 모르게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들기 시작한 「거품」은 컴퓨터를 포함한 전자유통부문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다. 60년대부터 시작된 정부의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 정책에 의해 제조업을 중심으로 산업성장이 촉진됐다. 대기업형 제조업체들은 내수시장의 확보를 위해 자사 제품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전속 대리점 형태의 유통망을 만들고 이에 맞춰 전속 AS점도 구축했다. 대형 제조업들은 최근까지 이를 토대로 양적 성장을 이룩해 왔으며 지금까지 전체 유통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각 제조업체들은 유통단계에서 숫적인 경쟁을 벌이면서 판매장려, 판촉지원 등 더 많은 대리점 지원정책을 개발하면서 결국 제품원가에 거품을 만들어갔다. 이러한 전속 대리점 형태의 유통구조는 유통발전단계에 비춰 볼 때 초기 단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대형 제조업체의 강력한 가격결정권으로 소비자에게 가격부담을 가중시켰을 뿐만 아니라 배타적 독점거래로 인해 우수 중소업체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됐다.

이에 반해 중소업체들은 80년대에 접어들면서 서울의 용산, 부산의 부전동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전문집단상가를 만들고 가격거품을 최소화해 저가정책으로 유통시장의 한 부분을 차지하며 발전을 거듭했다. 하지만 무자료 거래와 같은 편법, 탈법 거래에다 불합리한 가격구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해 97년 초 컴퓨터 유통업체들을 시작으로 내로라하는 컴퓨터업체들의 연쇄부도 사태가 빚어지면서 그 취약성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이제 변화는 선택이 아니다.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수단이다. 따라서 IMF시대를 맞은 요즘 무엇을 변화시킬 것이며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 우리 컴퓨터 유통업계의 최대과제가 아닐 수 없다.

선진외국의 경우에는 이미 오래 전부터 사회 전반에 걸친 안정된 산업구조 아래 산업간의 균형적인 성장이 이루어져 왔다. PC분야에서 보더라도 유통전문업체와 우수 제조업체 간의 견제와 협조가 이루어지면서 안정적인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컴프USA, 베스트바이(Bestbuy) 등과 같은 대형 유통전문업체를 중심으로 제조와 유통의 주체가 확연히 구분되며, 이들 업체는 나름대로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제조업체는 판매관리비 부담을 줄여가며 제품개발 및 원가절감에 매진해 가격과 품질 면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유통전문업체는 다양하고 차별적인 서비스 등을 통해 판매력을 높이는 데 주력함으로써 구매력(Buying Power)과 교섭력(Bargaining Power)을 강화하고 있다.

선진 유통시장이 그렇듯이 우리나라도 제조업체 누구든 우수한 제품의 개발, 생산에 전념할 수 있도록 대형 유통전문점이 계속해서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또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함께 노력해 모든 거래와 가격 등에서 투명성을 확보하고 산업 간의 안정된 균형과 경쟁 속에서 건전한 유통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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