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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노트북PC "바이오 505"

PC 경기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는 일본의 아키하바라 컴퓨터전문상가에서 지난해 연말 이변이 발생했다. 이변의 주인공은 소니가 지난해 11월 20일 시판한 노트북 PC 「바이오505」. PC부문 실적이 미미한 소니의 이 신제품이 각 매장 판매대수 순위에서 1위를 달린 것이다. 소니는 현재 이 제품을 월 1만대 규모로 출하하고 있는데 공식적인 발표는 없으나 수요 증가 추세를 볼 때 조만간 증산에 들어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바이오505의 성공 포인트는 상식을 초월한 깔끔한 디자인에 있다. 선명한 자주빛 외관을 한 마그네슘 합금의 본체, 소비자들이 「워커맨」을 통해 익히 접한 스마트한 타원형 스위치, 두께 23.9mm, 무게 1.35kg의 B5 사이즈, 여기에 20만엔대라는 낮은 가격도 한몫을 하고 있다.

소니의 PC사업 역사를 뒤돌아보면 실패의 연속이었다. 지난 89년의 「SMC시리즈」와 91년의 「MSX시리즈」가 그 대표적인 예로 이들 제품은 세상의 빛을 그리 오래 보지 못했다. 이같은 실패를 바탕으로 소니는 「기존 업체 제품과 뭔가 다르지 않으면 신규 참여 업체가 설 땅은 없다」는 교훈을 얻었고, 이 교훈에 충실하기 위해 「PC는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는 종래 상식을 하나씩 의심해 보면서 「소니다운 PC」 개발에 착수했다. 특히 소니는 개발팀의 절반 이상을 워크맨, 미니 디스크, 카메라, 비디오 캠코더 등 PC와 전혀 관련이 없는 부서원으로 구성해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을 꾀하려 노력했다. 이 같은 노력의 산물이 바로 바이오 505인 것이다.

바이오505는 한눈에 보아도 매우 얇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노트북 PC가 휴대를 위해 개발된 제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볍고 작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노트북 PC는 그 크기가 작으면 디스플레이도 따라서 작아지기 때문에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는 될 수 있으면 얇게 설계해야 한다. 물론 기존 PC업체들도 박형 노트북 PC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 어느 정도 박형화에 성공했으나 소니의 바이오 505는 기존 노트북 PC와는 전혀 다른 발상의 전환이 있었다.

발상의 전환이란 충전지 케이스를 기존 PC처럼 본체에 두지 않고 디스플레이와 키보드를 연결하는 축에다 둔 것. 바이오505는 소니가 생산하고 있는 원통형 충전지를 사용하는데 충전지 케이스를 축에다 설치함으로써 22mm인 충전지 폭이 거의 그대로 제품 본체의 폭이 되도록 한 것이다.

소니는 바이오 505에는 기존 노트북 PC에 상식적으로 달려있는 CD롬 드라이브를 탑재하지 않기로 하는 등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고 취할 것만 분명히 취했다. 그런 다음 제품 전체 두께를 축소하는 작업은 워크맨, 미니 디스크 부문 기술진이 많았다. 이들은 좁은 본체에 효율성 높게 부품을 배치하는 데는 정평이 나있었다.

결과적으로 당초 목표했던 22mm까지는 두께를 줄이지 못했으나 가장 두꺼운 부분을 23.9mm로 제한하고 두께를 느끼게 되는 양 끝 부분은 22mm로 축소해 전반적으로 박형이라는 느낌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소니는 지난 1월 505를 비롯한 바이오 시리즈 PC와 음향, 영상기기를 융합하는 작업을 추진하기 위해 「바이오 센터」를 설립했다. 소니는 앞으로 음향과 영상 관련 모든 신제품은 바이오와 접속해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할 방침인데 바이오 센터가 그 매개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월 1만대 출하되는 바이오505는 사실 매출 규모만을 놓고 볼 때 소니로서는 결코 큰 사업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바이오 센터」 설립에서 느낄 수 있듯이 소니의 향후 전략상 PC 사업이 갖는 의미는 매우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이 때문에 패전을 거듭했던 소니의 PC사업부문에서 바이오 505가 이룩하고 있는 성과야말로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귀중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할 수 있다.

<심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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