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
국민회의가 마련한 새방송법 시안은 기존 공보처가 갖고 있던 방송 행정기능의 상당부분을 방송위원회로 이관하고 방송위원회가 준입법권과 준사법권을 행사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방송위원회는 방송에 관한 기본계획, 방송위원회 규칙의 제정, 개정 및 폐지, 방송의 운용 및 편성정책, 방송사업자의 허가, 재허가의 추천, 방송사업자 상호간 공동사업이나 분쟁의 조정, 시청자 불만처리 및 청원, 방송발전기금의 징수 및 관리운용, 시청료의 승인, 방송에 관한 연구 조사, 방송프로그램의 심의 등 폭넓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특히 새로 출범하는 방송위원회는 지상파 방송을 규제하는 기존의 방송위원회, 케이블TV를 담당하는 종합유선방송위원회, 그리고 앞으로 실시될 위성방송까지 포괄하는 방송총괄기구로 현재보다 위상이 훨씬 강화된다.
게다가 방송위원회의 위원장은 국무회의에 출석해 발언할 수 있고 그 소관사무에 대해 국무총리에게 의안제출을 건의할 수도 있다. 또한 위원장은 예산확보와 관련해 예산회계법상 중앙관서의 장으로 간주되며 위원장, 부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원 4명은 정부조직법상의 규정과는 상관없이 방송법에 따라 정무직의 정부위원이 된다.
또한 방송위원회는 방송사업자가 허가 및 승인조건을 위반하거나 시청자의 이익을 저해할 경우 개선 명령, 방송프로그램 중단 등 준사법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처럼 방송위원회의 권한이 대폭 강화됐으나 명실상부한 민간규제독립기구로서의 위상을 확보하지는 못하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우선 방송위원회는 정부의 입김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각종 토론회나 공청회 자리에서는 방송위원회가 민간독립규제기구로서 의회에 상당부분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으나 국민회의 안은 대의회 관계 보다는 대정부 관계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하는 쪽으로 정리됐다.
여기에 현재 방송정책 주무기관인 문화관광부와의 관계 정립이 매우 모호하게 되어 있어 향후 각종 방송정책 수립을 놓고 정부와 방송위원회가 갈등을 빚을 소지가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민회의의 새방송법 시안에 따르면 정부는 방송매체간 균형발전과 방송프로그램의 제작 및 공급능력 향상에 관한 시책 수립, 방송의 연구 및 방송전문인력양성 등 방송발전을 위해 설립된 기관의 운영활동 지원, 방송프로그램 보관소의 공동 설립 및 운영지원, 방송제작단지 조성지원, 방송프로그램 유통지원, 외국 방송관련 기관 및 단체와의 국제교류, 방송프로그램의 공동제작, 방송전문인력의 국제교류 및 기술의 공동개발 등 사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특히 「정부는 국민이 다양한 방송을 균등하게 향유할 수 있도록 하고 방송문화의 발전 및 진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정부가 상황에 따라서는 다양한 행태로 방송위원회의 업무나 방송행정분야에 간여할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있다.
향후 방송법 시행령에서 이 부분이 어떻게 정리될지 분명치 않으나 향후 각종 방송 정책 수립을 놓고 정부와 방송위원회가 갈등을 빚을 소지를 다분히 안고 있다.
게다가 방송위원회는 위원회의 각종 업무 추진시 문화관광부 및 정보통신부와 협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자율성이 침해될 가능성도 크다.
또한 방송위원회가 지상파방송, 위성방송사업, 종합유선방송사업을 추진하는 사업자에 대해 추천업무를 할 수 있도록 했으나 최종적으로는 정보통신부 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했으며 「방송프로그램을 기획, 제작 또는 편성하여 외국 인공위성의 무선국을 관리, 운영하는 자로부터 채널을 임차하여 방송하고자 하는 자는 방송위원회의 승인을 얻도록 했으나 정보통신부장관과 협의해야한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
과거 공보처와 정보통신부로 이원화돼 있던 방송국 추천 및 허가 규정이 국민회의 새방송법안에서도 똑같은 틀을 갖고 있는 것이다.
또 새방송위원회의 사무처에는 대통령령에 따라 방송위원회의 예산, 회계 및 의사관리기능의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무원을 둘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결국 새방송위원회의 사무처는 민간인 신분인 기존 방송위원회 직원과 공무원 신분의 새직원이 근무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아무튼 국민회의의 새방송법 시안대로라면 앞으로 정부와 방송위원회의 위상을 놓고 적지않은 잡음이 일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정부와 방송위원회가 향후 어떻게 협조체제를 끌어내고 방송행정을 조율할지가 주목되고 있다.
<장길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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