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직원들은 김쌍수 리빙시스템본부장을 「한국 가전산업의 산 증인」이라고 부른다. 지난 69년 옛 금성사에 입사, 30년 동안 줄곧 가전 분야에서만 일하면서 거치지 않은 품목이 없다시피하기 때문이다. 엔지니어 출신답게 현장 중심으로 일을 처리하며 혁신을 좋아한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이번 LG전자 정기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것은 지난 94년 이후 「3by3」과 「TDR」과 같은 독창적인 경영 혁신을 전개, 가전경기가 극도로 위축된 지난해 내수와 수출 모두 좋은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금 김본부장은 기쁨보다는 더 많은 걱정에 휩싸여 있다.
그는 『수출이 올들어 급증했지만 환율 급등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거품이 상당히 많다』며 『이 거품에 휩싸여 헤어나지 못하는 기업은 곧 파멸에 이를 수 밖에 없다』고 수출의 일시적인 급증에 가려져 있는 우리 가전업계의 현실을 들춰냈다.
『외국 바이어들이 한국산 제품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원화가치의 하락으로 수입 채산성이 좋기 때문입니다. 환율이 떨어지면 이들은 언제든지 중국과 동남아국가 등 다른 나라의 업체로 공급선을 바꿀 것입니다』. 따라서 김 본부장은 국내 가전업체들이 수출이 늘어났다고 좋아만 할 게 아니라 이를 계기로 근본적인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들이 제품 개발과 제조기술 향상과 같은 실질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노력을 게을리 하면 앞으로 몇달 동안만 즐기다 끝이 날 것입니다. 눈앞의 작은 승부보다 먼 장래의 큰 승부에서 이기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한다는 자세가 절실합니다.』
김본부장은 특히 국내 가전업체들이 저마다 수출드라이브에 나서면서 해외시장에서 국내업체들끼리 과당 경쟁을 벌이는 사례가 최근들어 점차 가시화되기 시작했으며 앞으로 이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브라질에 우리 회사로부터 냉장고를 공급받는 오랜 거래처가 하나 있습니다. 올해에도 공급을 위한 대한 모든 절차를 합의하고 이달 10일 이 회사의 사장이 내한해 계약서에 사인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가 2주전에 사장 교체를 이유로 사장의 방한이 어렵다고 통고하더니 현지의 우리 회사 책임자도 만나주지도 않으며 발뺌하는 겁니다. 알고보니 국내의 한 경쟁사가 이 브라질 회사를 접촉해 제품 공급선을 바꾸도록 만든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는 『경쟁사의 수출이 증가하면 해외시장에서 국산 제품의 이미지도 높아져 서로 좋은 일인지만 국내 업체간 상도의를 벗어난 경쟁만큼은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본부장이 요즘 수출 확대에 못지 않게 부쩍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세계 시장에서의 제품 리더쉽 확보다.
『국내 가전업체들의 품질 경쟁력은 세계 일류이지만 세계 가전시장을 주도할 만한 제품을 내놓은 적은 거의 없습니다. 선진업체들도 전혀 생각하지 못한 제품을 만들어 세계 가전시장의 판도를 바꿔본다는 게 우리 회사의 전략입니다』.
그는 LG전자가 최근 개발한 터보드럼세탁기를 그 예로 들며 사업본부내 각 제품 사업부문 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들 만한」 제품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이같은 노력은 LG전자가 세게 가전시장을 선도하는 저력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김본부장은 『내수시장이 극도로 침체됐으며 하반기 이후 수출 환경이 나빠질 가능성이 있지만 끊임없는 경영혁신과 수출 확대로 리빙시스템사업본부가 내수 1조원, 수출 11억달러라는 목표를 달성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신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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