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호 실장은 다시 한번 되물었다.
『조 반장님, 어떤 시나리오이지요?』
『맨홀 화재에 대한 시나리오였습니다. 이번에 발생한 맨홀 화재의 시간과 장소가 시나리오의 시간과 장소와 동일합니다.』
『시간과 장소가 이미 시나리오로 작성되었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컴퓨터에 들어 있는 시나리오가 다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기록된 내용까지는 이번에 발생한 화재사건과 일치하고 있습니다.』
시나리오.
그렇다면 미리 준비된 시나리오에 의해 맨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말인가. 그리고 모든 통신사고가 그 시나리오에 의해 발생했다는 말인가.
김지호 실장은 순간적으로 이번 사건의 실마리를 잡은 듯한 느낌으로 다시 물었다.
『연행된 시간은 언제였습니까?』
『화재가 발생한 날 밤이었습니다. 보석상점의 유리창을 깨고 침투하려는 것을 무인경비시스템을 관리하는 회사의 직원이 연행해 우리한테로 넘겼습니다.』
『무인경비시스템이요? 화재가 발생하면서 무인경비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했을 텐데요.』
『그렇습니다. 통신망이 두절되면서 무인경비시스템이 정상작동이 불가능해지자 경비회사 직원들이 일일이 순찰을 도는 중에 창살을 자르는 것을 연행했다고 합니다.』
『혼자였습니까?』
『혼자였습니다. 그 사람을 연행한 경비회사 직원의 말로는 여러 차례 상점에 설치되어 있는 무인경비시스템을 확인한 후 침투를 시도했다고 합니다.』
『조 반장님, 그렇다면 그 시나리오의 내용은 어떻게 되어 있습니까?』
『내용이요? 내용을 다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 양이 매우 많습니다. 맨홀 구조에 대해 구체적으로 연구를 한 듯 매우 세밀하게 서술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한번 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언제든 연락하시고 경찰서로 나오십시오.』
『고맙습니다. 오전중으로 연락 드리고 찾아 뵙겠습니다.』
김지호 실장은 전화를 끊고 잠시 멍하니 있었다.
시나리오. 그렇다면 정말로 이번 사고가 인위적인 사고라는 말인가? 김지호 실장은 등줄기가 오싹해짐을 느꼈다. 만일 인위적으로 저지른 사고라면 거기에 적용된 기술능력이 매우 뛰어난 수준이라는 생각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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