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출범과 함께 사실상의 재벌해체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민간부문의 연구개발중심역할을 해 온 그룹중앙연구소들이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착수, 국내 기업들이 중장기적으로 추진해 온 원천기술개발 노력에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 LG, SK, 쌍용 등 주요 재벌들을 대상으로 새정부의 재벌에 대한 구조조정작업이 가속화되면서 이들 그룹들이 연구개발 중심 축으로 활용해 온 그룹 중앙연구소들도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이들 그룹 중앙연구소들의 경우 대부분 회장실 또는 비서실 소속으로 계열사가 공동분담 형식의 변칙적인 연구개발비를 충당해 왔으나 최근 정부의 대기업 구조조정으로 더 이상 지원받기 어려워진데다 계열사들 역시 최근의 경제난으로 핵심원천기술개발보다는 제품기술개발에 치중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원천기술개발 공동화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종합기술원을 중심으로 연구개발 비용을 계열사에 분담시키고 행정지원과 원장 인사를 그룹에서 해왔으나 최근 비서실 기능을 계열사로 이전키로 함에 따라 연구개발비용 분담, 관리체제 등 향후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도 최근 그룹구조조정과 관련 원천기술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중앙연구소의 경우 LG전자가 담당하되 산하 각 연구소는 독립채산제로 전환, 계열사 연구과제는 물론 외부수탁과제도 병행토록 한다는 방침 아래 산업기술연구조합 형태로 전환 등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 중이다.
또 그룹이 예산, 인사 등의 총괄지휘를 받고 있는 코오롱그룹중앙연구소, 동부기술연구소, 쌍용중앙연구소 등 그룹 계열의 중앙연구소들도 새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그룹 차원에서 중앙연구소의 연구개발체제를 전면 재조정하는 방안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그룹 중앙연구소들의 경우 형식적으로는 연구부문별로 중앙연구소의 연구장비와 인력을 계열사 소속으로 분산 배치하는 등 편법으로 그룹의 중장기 기초분야의 연구를 전담해 왔으나 최근 각 그룹이 계열사에 대한 책임경영을 강조하면서 계열사가 당장 매출확대에 도움이 되지 않는 기초연구 대신 상품화 개발에 치중해 줄 것을 요구해 중앙연구소들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 과학기술계는 현재 어정쩡한 그룹중앙연구소들이 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두산그룹의 두산종합기술원, 대우그룹의 고등기술연구원 등과 같이 계열사가 공동출자해 산업기술연구조합형태로 체제를 전환하거나 영리연구법인으로 전환, 계열사들로 부터 수탁연구는 물론 정부 및 타기업의 외부수탁연구를 실시하는 등 자립기반을 갖추도록 해야 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김승재 상무는 『현재 그룹들이 운영중인 중앙연구소들의 대부분이 경제난과 그룹의 구조조정에 따른 향후 진로모색에 고민중인 것이 사실』이라고 말하고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연구비를 분담하고 있는 계열사들이 당장 매출과 직결되는 상품화개발을 요구하고 있어 기업의 원천기술개발을 담당할 중앙연구소들이 현재와 같은 상태를 유지하게 될 경우 IMF터널을 벗어날 시점에 이르러서는 국내 원천기술개발의 공동화 현상을 초래, 선진업체에 기술종속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정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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