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워드프로세서 전쟁

일반적으로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하는 목적은 빠르고 손쉽게 세련된 문장을 작성하는 것이다. 동일한 내용의 문서라도 어떻게 다듬느냐에 따라서는 출력문서를 보는 사람이 전혀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선보인 각종 워드프로세서들은 단순히 문장을 작성하고 출력하는 데에서 벗어나 인터넷, 멀티미디어 등 좀더 다양한 컴퓨팅환경을 수용하는 추세로 옮겨가고 있다.

국내 워드프로세서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워드프로세서 업체들은 새로운 기능을 극대화한 제품들로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4월 마이크로소프트가 기존 「MS워드96」의 기능향상(버전업)판인 「MS워드97」을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한글과컴퓨터와 삼성전자가 각각 「글97」과 「훈민정음97」을 출시하는 등 버전업판을 내걸고 워드프로세서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들 워드프로세서는 인터넷 활용도를 크게 향상시키고 그래픽이나 오디오, 비디오를 수용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전자문서 작성을 위한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워드프로세서는 이제 홈페이지 저작도구나 프레젠테이션용 멀티미디어 문서작성 등 「기능 및 영역확대」라는 새로운 컴퓨팅 환경을 맞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 워드프로세서 시장는 글, MS워드, 훈민정음 등 워드 3총사가 일반용과 기업용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치열한 타툼을 벌여왔다. 그러나 지난 90년 이래 일방적인 독주를 계속해온 순수 국산 제품인 글은 윈도용 버전의 출시를 늦춘 탓에 95년부터 기업용을 중심으로 쾌속질주에 가속도가 붙은 MS워드와의 순위격차가 갈수록 좁혀드는 상황을 맞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12일 올해 약 1백만 카피의 MS워드를 무료 배포해 워드사용률을 작년보다 2배 이상 높은 45%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혀 워드프로세서 업체들의 소리없는 전쟁에 재차 불을 댕겼다.

이같은 마이크로소프의 공격적인 태도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시장점유율이 30% 미만에 그치고 있는 국내시장에서 자존심을 되살리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따라서 보다 강력한 기능의 제품이 등장하는 98년 버전에서는 워드의 강세가 이어질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지속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이 자칫 국내 소프트웨어 유통질서를 어지럽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대대적으로 불법복제 소프트웨어를 단속하면서 한 켠에서는 무료로 1백만개 워드프로세서를 보급하는 등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은 어쩐지 앞뒤가 안맞는 행위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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