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관람석] 도날드 페트리 감독 "미스터 커티"

할리우드 B급 영화의 기획력이 갖는 상투적 재미로 치장된 코미디. 돈의 거리,월스트리트를 배경으로 한 이 기획상품은 우피 골드버그와 다이안 위스트라는 결코 예쁘지 않은 흑인과 백인 두 여성을 통해 「여자와 성공」이라는 명제를 풀어간다.

능력이 뛰어나지만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조직에서 차별대우를 받는 투자 자문가 로렐과 능력을 인정해 주지 않는 나이 어린 상사와 일하는 비서 샐리. 한 명은 야망과 용기를 무기로,또 한 명은 신뢰와 우정으로 월스트리트에 도전,성공하기까지의 이야기가 「리메이크」라는 그릇에 담겨져 소개된다.

맨체스터 투자회사의 로렐 에어스(우피 골드버그 분)는 뛰어난 투자 분석가로 능력을 인정받는다. 하지만 부사장 승진을 눈앞에 두고 그 기회를 부하직원인 프랭크(팀 댈리 분)에게 빼앗긴다. 화가 난 로렐은 사표를 던지고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자자문 일을 시작한다.

그러나 어렵사리 기획안을 들고 찾아간 투자자들의 대답은 한결 같다. 제안은 마음에 들지만 파트너가 반대를 한다는 것. 로렐이 실의에 빠져있을 무렵 프랭크의 비서였던 샐리(다이안 위스트 분)가 찾아온다. 그녀 역시 여성이라는 이유로 승진의 기회를 박탈당한 채 나이가 들어버린 비서. 샐리는 로렐에게 맨체스터의 가장 큰 투자고객인 팔론과의 약속을 잡아준다. 그러나 기획서를 받아든 팔론이 로렐을 의심스러워하자 그녀는 커티라는 백인남자 파트너가 있다고 거짓말을 한다.

팔론의 첫 투자를 성공으로 이끈 가상의 인물 커티는 수많은 고객을 확보하게 되고 모든 언론과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게 된다. 커티를 곧 자신이라 생각했던 로렐은 성공의 기쁨에 도취하지만 그것은 결국 백인 남자인 커티에게 쏟아지는 관심과 찬사임을 느끼고 실망한다. 증권 감독원과 언론의 집요한 추적에 지친 로렐은 마침내 마론 브란도와 조지 워싱턴의 이미지를 닮은 커티로 분장,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일이 점점 꼬이자 로렐과 샐리는 자동차 사고를 위장,커티를 죽은 인물로 만들지만 살인자로 지목되어 철창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또 하나의 반전,프랭크에 의해 커티는 다시 살아나고 남성 전용클럽인 「피바디 클럽」으로부터 올해의 인물로 뽑힌다.

1982년 작 프랑스 영화 「어소시에」의 아이디어가 듬뿍 뿌려진 할리우드 판. 영어 원제도 「어소시에이트」이다. 성공에 대한 꿈 같은 이야기가 허구처럼 단순하고 맹목적이지만 관객들에겐 「웃음」과 「용기」라는 소중한 덕목을 준다.

<엄용주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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