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에 위치한 창업보육센터 입주기업인 M사는 지난 2년여동안 각고의 노력으로 개발한 「온라인 전보시스템」을 제대로 선보이지도 못한채 사장될 위기에 처해 안타까워하고 하고 있다. M사는 지난 95년 모 벤처금융사에 온라인전보시스템 개발제안서를 제출, 개발에 성공하면 양산에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겠다는 확약을 받고 사장을 비롯, 개발팀 6명이 사재까지 털어가며 올초 개발을 끝마쳤다.
시제품을 가지고 벤처금융사에 찾아간 이 회사 사장은 청천벽력과 같은 얘기를 듣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벤처금융사에서는 『IMF한파 이후 경기불안으로 단 한 건도 투자한 적이 없다. 경기가 호전되기 전에는 어떠한 투자도 하지 않는 것이 회사의 기본 방침이다』라고 투자불가 이유를 밝혔기 때문이다.
세계최초로 ISDN통합보드를 개발, 국내 ISDN기술을 단숨에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I사도 벤처금융의 터무니없는 가치평가 절하에 속상해 하고 있다. I사는 지난해 9월 모 벤처금융에서 찾아와 1주당 10배의 가치로 투자의사를 밝혀 투자자금으로 양산체제를 갖추기로 하고 투자와 관련된 업무를 진행했다.
그러나 11월 IMF시대에 맞으면서 벤처금융에서 추가로 회사관련 자료를 요구하더니 1주당 3배수 이상은 곤란하다고 통보, I사는 양상체제를 백지화시키고 주문물량만을 소화하는 형태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IMF한파 이후 투자를 주춤해온 벤처금융들이 올들어 개점휴업 상태로 있어 벤처금융을 믿고 과감히 기술투자를 해온 벤처기업들이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벤처기업에 대한 정부의 대규모 육성의지로 창업이 활발해지면서 이들에게 투자해야 할 벤처금융사들이 확실한 투자가치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불안을 이유로 투자를 자제하고 있어 모처럼 일고 있는 기술개발 붐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LG창업투자 이호연 책임심사역은 『지난해 초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열기가 불면서 성장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투자를 확대했으나 하반기들어 기아사태를 시작으로 기업들의 부도가 이어졌고 벤처기업들의 부도도 잇따랐다』면서 『자금회수율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올해 들어 몇몇 금융사를 제외하고 몸을 낮추면서 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최근의 투자분위기의 위축을 토로했다.
여기에 벤처금융사들역시 최근의 경기불황으로 벤처기업의 수익률이 20%선을 밑돌고 있어 자금투자를 안전하고 수익성이 높은 금융상품쪽으로 돌리고 있는 실정이어서 기술력 하나로 창업을 한 많은 벤처기업들이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신정부의 1만개 벤처기업육성과 그에 따른 막대한 창업자금 지원이 일선 벤처금융사들에 의해 차단되고 있어 정부의 보다 강도 높은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대부분의 벤처기업이 도산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무안기술투자의 진재연 기획팀장은 『무안도 올해 들어 4건의 투자실적을 기록했는데 예전에 비해 투자규모를 낮추고 투자기업도 장래성보다 단기 수익이 보장되는 기업에 우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벤처기업들은 현재의 투자위축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장외시장의 획기적인 개편이나 벤처기업전용의 3부시장 개설을 통해 벤처금융의 투자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정책자금 규모를 줄이고 그 재원으로 정부가 재원을 마련해 직접 투자하거나 연구개발지원금을 대폭 늘리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것.
벤처기업포럼 오해석(숭실대부총장)회장은 『벤처기업들이 기술력을 상품화하기 위한 개발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유일한 창구가 장외시장 등록이기 때문에 이들만의 증권시장을 개설해 많은 벤처금융들이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놓은 것도 검토해볼 만 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또 『벤처기업의 천국이라는 미국에서는 벤처금융이 6백여개사를 넘으며 이들이 한해 투자한 금액만도 1백억달러에 이른다』면서 『기술력을 갖춘 벤처기업들이 제자리를 잡지 못한다면 우리나라가 정보화 대국으로 발돋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봉영 기자>
많이 본 뉴스
-
1
5년 전 업비트서 580억 암호화폐 탈취…경찰 “북한 해킹조직 소행”
-
2
LG이노텍, 고대호 전무 등 임원 6명 인사…“사업 경쟁력 강화”
-
3
AI돌봄로봇 '효돌', 벤처창업혁신조달상품 선정...조달청 벤처나라 입점
-
4
롯데렌탈 “지분 매각 제안받았으나, 결정된 바 없다”
-
5
'아이폰 중 가장 얇은' 아이폰17 에어, 구매 시 고려해야 할 3가지 사항은?
-
6
美-中, “핵무기 사용 결정, AI 아닌 인간이 내려야”
-
7
국내 SW산업 44조원으로 성장했지만…해외진출 기업은 3%
-
8
반도체 장비 매출 1위 두고 ASML vs 어플라이드 격돌
-
9
삼성메디슨, 2년 연속 최대 매출 가시화…AI기업 도약 속도
-
10
美 한인갱단, '소녀상 모욕' 소말리 응징 예고...“미국 올 생각 접어”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