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첨단 문화상품인 캐릭터산업이 뜬다

「제2의 둘리를 만들어라.」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21세기 첨단 고부가가치 문화상품으로 떠오르면서 최근 영상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떨어진 특명이다.

이는 캐릭터가 스타대열에 올라서기만 하면 다양한 부대사업을 통해 캐릭터 그 자체만으로도 영상물 제작에 따른 이익금보다 수십배에 달하는 엄청난 부가가치를 지속 창출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요즘처럼 영상엔터테인먼트는 물론 팬시, 완구, 식품, 신발, 스포츠 등 각 분야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스타급 캐릭터의 경우 한마디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이다.

실제로 미국 월트디즈니사의 간판급 캐릭터인 미키마우스의 경우 스타대열에 올라선 지 수십년이 흘렀지만 그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이러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월트디즈니사에 엄청난 부와 명예를 안겨준 미키마우스는 현재 자산가치를 대충 따져봐도 54조원에 이른다.

미국 다음으로 캐릭터산업이 활성화돼 있는 일본에서도 아톰에서부터 최근 등장한 소닉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유명 캐릭터들이 양산되고 있는데, 이들이 부대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은 자동차나 반도체 등 첨단상품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도 스타급 캐릭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판 미키마우스로 불리는 「아기공룡 둘리」의 경우 지난 83년 만화 주인공으로 첫 등장한 이래 15년 동안 식품, 완구, 은행, 벽지 등 45개 업체의 약 4백개 품목에서 인기 캐릭터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둘리의 자산가치는 현재 약 1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캐릭터가 산업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최근 영상엔터테인먼트업체들은 국제 경쟁력을 지닌 토종 캐릭터 발굴 및 육성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국제통화기금(IMF)한파 이후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하는 외국산 캐릭터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면서 국산 캐릭터를 사용하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경쟁력 있는 토종 캐릭터를 적극 육성하면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둘리나라는 둘리가 다음주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리는 제8회 국제 어린이 필름 페스티벌의 경쟁부문에 정식으로 초청된 것을 계기로 장편 애니메이션을 유럽, 미주, 동남아지역에 배급, 전세계적으로 둘리 붐을 일으킴과 동시에 캐릭터 라이선스사업을 병행할 계획이다.

둘리나라는 또 출판만화로 연재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작은악마 아리아리 동동」 「꼬마인디언 레미요」 「불라불라」 등의 주요 캐릭터들을 제2의 둘리로 만든다는 전략아래 애니메이션 제작과 함께 캐릭터 라이선스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금강기획은 현재 TV방영중인 국산만화 「녹색전차 해모수」와 교육용 애니메이션 「짱이와 깨모」가 어린이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데 힘입어 최근 캐릭터 라이선스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녹색전차 해모수의 경우 이미 신발, 완구, 출판, 게임, 팬시분야에 진출했으며, 앞으로는 제과, 의류, 문구, 아동생활용품 등으로 라이선스 품목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또 최근 홍콩진출을 계기로 북미, 유럽, 남미 등에도 필름수출을 통해 캐릭터의 인지도를 높인 다음 해외시장에서 본격적인 캐릭터 라이선스사업을 전개할 방침이다.

만화전문 케이블TV를 운영하고 있는 투니버스는 현재 국산캐릭터인 「영혼기병 라젠카」를 비롯해 멀크와 스웽크, 트랄라, 까꿍이, 엑소스쿼드, 팬텀2040, 구루구루, 헬로우스팽크 등 십여 개의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는데 최근 막강한 매체영향력을 바탕으로 캐릭터 라이선스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TV방영과 게임제작으로 인지도가 높은 라젠카의 경우 어느 정도 스타급 캐릭터의 대열에 올라섬에 따라 라이선스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캐릭터 라이선스 전문업체인 에스미디컴은 한, 미, 일, 이 4개국 합작으로 최근 제작을 완료한 장편 애니메이션인 「크로노퀘스트」를 앞세워 국내외에서 캐릭터 라이선스사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또 3년간 공들여 인지도를 높여 놓은 「호빵맨」이 업체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음에 따라 라이선스 분야를 크게 늘려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캐스퍼를 비롯해 웬디, 핫스터프, 리치리치, 베이비휴 등 십여 개에 이르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보유중인 이 회사는 TV방영을 통해 캐릭터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외도 제일제당이 드림웍스사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인 「스몰 솔저스」와 「프린스 오브 이집트」의 극장 개봉에 앞서 캐릭터 라이선스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삼성영상사업단, B29엔터프라이즈 등 다수의 영상엔터테인먼트업체들이 애니메이션 제작과 병행해 캐릭터 라이선스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지금까지 스타급 캐릭터는 대부분 애니메이션에서 탄생했으나 최근엔 사이버가수, 게임, 연예인 등으로 그 영역이 다변화하고 있다.

특히 아담소프트와 현대인포메이션이 최근 각각 데뷔시킨 사이버 가수인 「아담」과 「루시아」는 캐릭터산업에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아담의 경우 가수로 데뷔한 이후 방송출연횟수가 크게 늘면서 단숨에 인기 캐릭터로 급부상했다. 아담소프트는 앞으로 아담을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에 등장시켜 인지도가 크게 높아지면 아담의 이미지를 손상시키지 않는 선에서 본격적인 캐릭터 라이선스사업을 전개할 방침이다.

지금까지 캐릭터의 산실은 애니메이션이었으나 앞으론 게임이 이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게이머들이 큰 폭으로 증가한 데다 게임의 경우 시간 및 장소에 상관없이 수시로 접촉할 수 있어 인지도가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쌍용이 툼레이더의 주인공으로 세계적인 스타로 올라선 라라크로프트를 앞세워 캐릭터 라이선스사업에 진출한 것을 비롯해 KCT, 카마엔터테인먼트 등 많은 게임업체들이 캐릭터사업에 속속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높은 스타급 연예인도 캐릭터사업에서 점차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콤텍시스템과 호동커뮤니케이션 등 많은 업체들이 연예인 캐릭터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콤텍시스템은 최근 국내 최초의 스타 캐릭터숍을 오픈,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앞으로 연예인 캐릭터사업이 크게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들도 지역특색을 지닌 캐릭터 개발을 통해 지역상품 홍보에 적극 활용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산업디자인진흥원(KIDP)과 장성군청은 최근 실존인물로 밝혀진 홍길동의 캐릭터를 개발, 지역문화상품 홍보원으로 활용하는 한편 본격적인 홍길동 캐릭터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캐릭터 개발 책임연구원인 정연종씨는 『홍길동 캐릭터는 역사적 배경이나 이미지는 차치하고 인지도면에서 세계 유명캐릭터와 비교해 전혀 손색이 없다』며 『홍길동 캐릭터 사업화는 장성군의 재정자립도를 높여주는 데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낼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장성군은 앞으로 홍길동 캐릭터를 이용해 만화는 물론 애니메이션, 게임, 음반제작, 테마파크 등 다양한 부대사업을 전개하는 한편 캐릭터 라이선스사업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KIDP는 영상멀티미디어산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지방 특색을 지닌 토종 캐릭터를 개발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최근 지역발전지원팀을 신설했다.

한편 이처럼 캐릭터산업에 대한 국내 업체들의 관심이 높은 가운데 오는 5월엔 국내 최초의 캐릭터 전문 전시회인 「98 서울 국제 캐릭터박람회」가 개최될 예정이어서 국내외 캐릭터산업의 현주소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게 됐다.

오는 5월 30일부터 6월 6일까지 여의도 중소기업종합전시장에서 펼쳐질 이번 행사는 국내외 유명캐릭터가 대거 참여하는 전시회를 비롯해 캐릭터 전문 디자이너를 발굴할 수 있는 공모전과 심포지엄 등 다채로운 내용으로 구성돼 있어 국내 캐릭터 산업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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