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기술(IT)시장조사업체인 컴퓨터 인텔리전스의 최근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미국 가구의 PC보급률은 45%로 전체의 절반 가까이가 PC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3년간 40%에서 거의 답보상태를 보였던 PC보급현황을 감안할 때 획기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1천달러가 채 안되는 저가PC의 보급이 적잖은 공헌을 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지난해 초 컴팩 컴퓨터와 패커드 벨의 제품을 선두로 선보이기 시작한 저가PC는 당초 시장분석가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돌풍을 일으키며 PC시장을 뒤흔들어 놓았다.
특히 컴팩의 9백99달러짜리 프리자리오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불티나게 팔려나가자 IBM,휴렛패커드(HP),디지털 이퀴프먼트 등 내로라 하는 대형업체도 앞다퉈 저가시장에 뛰어들게 됐다.
이결과 지난해 연말까지 미국 컴퓨터 소매시장에서 팔린 1천달러미만 저가PC는 전체 PC의 30%에 이르렀고 이중 3분의 1은 PC를 처음 구매하는 사람들에게 팔려 나갔다.
그만큼 저가PC가 PC저변층 확대에 큰 기여를 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의 PC가격 추이를 분석한 한 자료에 의하면 올 1월에 판매된 평균 홈PC가격은 1천1백69달러로 지난해 1월보다 30%정도가 떨어졌고 올 연말까지는 6백달러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오는 2002년까지 미국가정의 PC보급률은 60%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가능해 진다. 그럴 경우 2002년에는 1천7백50만대의 홈PC가 팔린다는 계산이어서 앞으로 최소한 4,5년간 홈PC시장은 성장세를 유지하리라고 예측할 수 있다.
이같은 PC보급의 확산은 미국 사회에 근본적인 변화를 몰고 왔다.
일차적으로 PC가 이제 더이상 화이트 칼라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자동차나 전화처럼 모든 계층이 쉽게 사용하는 생활 필수품이 돼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온라인 인구의 급증으로 생활패턴이나 상거래 관행이 급속히 변해 그야말로 정보화가 생활 곳곳에 스며들고 있는 느낌이다.
더군다나 홈PC의 보급이 갈수록 늘어나고 이들의 인터넷 이용도 급증함에 따라 컴퓨터는 일상생활에서 TV처럼 엄청난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란 전망도 설득력있게 제기 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변화에 일조를 한 것이 바로 저가PC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을 지 모른다.
그러나 PC보급 확산의 일등공신인 저가PC가 제조업체들의 입장에서는 수익성 악화를 초래하는 장본인이 되고 있다. 가격이 낮아 당연히 제품당 마진이 줄어들고 이는 결국 업체들의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컴퓨터 인텔리전스에 의하면 올 1월 미국 전역의 소매점을 통해 팔린 PC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가 늘어났지만 매출액은 10%증가하는 데 불과했다. 생산업체들의 제품 마진율도 10%미만으로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따라서 PC업체들의 영업실적이 악화되는 것은 당연한 일.
일례로 컴팩은 올 1.4분기 매출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줄어든 48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수준에 그치는 데다 이익도 전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해 충격을 던져 주었다. 지난해 4.4분기의 73억달러 매출에 비하면 34%가 떨어진 것으로 성장가도를 달려온 컴팩으로서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결과는 PC판매가 기대에 못미친 원인도 있지만 업체들의 지나친 가격경쟁이 결국 수익악화를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저가화현상이 고객들에게 가격의 추가하락에 대한 기대를 불러 일으켜 제품구매를 미루는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빗나간 수요예측으로 제품을 과잉생산하게 되고 유통업체들에게 밀어내기식으로 떠넘긴 물량은 재고로 쌓여 결국 가격하락의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게 된다.
현재 재고몸살을 앓고 있는 컴팩,IBM,HP 등 대형업체들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또다시 대대적인 가격인하에 나서고 있는 것이 이 같은 상황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그나마 대형업체들은 밀어내기식의 박리다매를 통해 마진율 하락을 보전할 수 있지만 중소업체들은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어 PC시장의 양극화현상은 더욱 가속된다.
이와 관련,시장조사업체인 스탠포드 번스타인에 의하면 컴팩,IBM,패커드벨,델,HP 등 PC시장 빅5의 점유율은 계속 늘어나 지난 96년 34%에서 올해 절반 가까운 46%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결국 수익악화를 감당하지 못하는 중소업체들은 시장에서 밀려나게 된다는 얘기가 된다.
이처럼 저가경쟁은 소비자들에게는 구매기회를 넓혀주지만 업체들의 입장에서는 사활을 건 절박한 현실이 되고 있다. 여기서 도태된 도시바와 AST는 결국 홈PC시장에서 철수하고 말았고 IBM조차도 지난해 홈PC사업에서 3억달러의 손실을 봐야 했다.
결국 전문가들은 PC업체들의 목숨건 저가경쟁이 수요 저변을 확대함으로써 정보의 평등화를 앞당기는 결과를 가져 온 측면도 있으나 이제 업체 스스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장전략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지적하고 있다.
<구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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