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鎭浩 골드뱅크 사장
IMF사태 이후 벤처산업도 커다란 위기를 맞고 있다. 벤처기업들의 지원기관인 창업투자사들도 개점휴업 상태다. 이같은 현상은 IMF 영향도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국내 벤처산업의 구조적 취약성 때문이다.
97년 초부터 우리나라에도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기아사태를 시작으로 기업들의 부도가 이어졌고 벤처기업의 부도도 잇따랐다. 벤처기업들이 무너지자 벤처캐피털도 자금회수 길이 막히고 투자는 말 그대로 얼어붙었다. 벤처산업 자체가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악화되고 있지만 극복방안은 있다.
첫째, 장외시장의 획기적 개편이나 3부 시장의 개설이다. 벤처기업들의 최대 관심사는 장외시장 등록이다. 벤처기업 기술력을 상품화하기 위한 개발자금을 손쉽게 조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라는 점 때문이다.
코스닥시장이 있기는 하지만 시장 기능이 미비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대안이 될 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증권거래소 수준의 거래시스템을 완비하든지 아니면 증시 안에 다소 조건이 완화된 벤처기업 전용의 3부 시장을 개설해야 벤처산업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현행 코스닥시장은 거래소시장에 비해 열등한 시장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어 신뢰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주식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기능이 미흡하고 수요기반이 크게 취약하다.
등록법인들에 대한 우대혜택도 취약하며 투자자 보호를 위한 시장제도도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다. 3부라는 새로운 시장이 들어서 직접금융조달 창구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신뢰확보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의 정체성 확보와 시장 운영 및 감독의 공공성에 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또 시장운영주체가 좋은 기업발굴에 적극 나설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최대 30억인 신용보증한도를 50억이나 100억으로 높여야 한다. 현재 중소기업 들은 매출 100억을 넘어서면 부동산 담보가 없는 한 금융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사업성보다 담보부터 챙기려는 금융기관을 상대로 계속 신용으로 대출받는다는 거의 불가능하다.
미국이 벤처기업의 천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아이디어만 있고 돈이 없는 기술자 출신 벤처기업인들에게 금융서비스와 마케팅 지원을 하는 벤처캐피털이 6백여개나 존재하고 이들의 연간투자액이 1백억달러를 상회하기 때문이다.
셋째, 정책자금 규모를 줄이고, 그 재원으로 정부가 펀드를 만들어 직접 투자하거나 공업기반기술개발자금 같은 연구개발 지원금 출연을 늘려야 한다.
정책자금은 담보가 없으면 그림의 떡이다. 정부는 투자펀드를 만들어 벤처기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연구개발 지원금 출연을 늘여야 벤처기업의 연구개발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다.
벤처산업의 육성은 너무도 절박한 과제이다. 일과성이 아닌 장기적인 측면에서 꾸준한 투자가 되도록 해야 한다. 산업구조조정은 벤처기업육성을 통해서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제 재벌 위주의 경제성장은 명백히 한계에 다다랐다. 경쟁력 있는 벤처기업의 직접 자금조달시장을 완비하여 벤처산업을 활성화시키는 것만이 IMF를 조기에 졸업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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