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용회선 요금 신고제 "블공정" 논란

한국통신의 잇단 요금조정이 경쟁업계로부터 불공정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1월 경쟁부문인 시외 전용회선 요금을 종전에 비해 10% 내리는 반면 독점부문인 시내 전용회선 요금을 10% 인상했던 한국통신은 오는 4월 1일부터 다시 시외 전용회선 사용료를 3% 인하하고 시내 전용회선 사용료는 11.5% 인상키로 했다.

이에 대해 데이콤, 두루넷, 지앤지텔레콤, 드림라인 등 한국통신과 전용회선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4개 회선임대 사업자는 16일 정통부에 정책건의서를 제출, 종전 정부의 허가를 받던 한국통신의 국내 및 국제 전용회선요금이 올 1월부터 신고대상으로 바뀌면서 요금구조가 왜곡되는 등 불공정 경쟁의 요인이 되고 있다며 이의 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물론 시내외 전용회선 요금 신고제 전환의 타당성 여부는 보는 관점에 따라 판단이 엇갈릴 수 있는 문제다.

회선임대사업자들은 정책건의서에서 정부가 시내외 전용회선 요금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꾼 것은 전기통신시장의 경쟁확대에 따른 요금조정을 사업자의 자율적인 시장기능에 맡겨 정부의 규제를 최소화하려는 의도였으나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한국통신의 요금구조가 왜곡되거나 경쟁질서가 파괴돼서는 안된다는 전제조건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음으로 해서 공정 경쟁이 불가능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한국통신은 지난해 8천억원 규모에 이르는 전용회선 시장에서 7천3백26억원의 매출을 올려 시장점유율 91%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은 사업자간 경쟁 도입이라는 회선요금 신고제 전환의 당초 취지를 무색케 하는 것은 물론 시장점유율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후발사업자들을 고사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통신은 시내 전용회선 요금인상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는 현재 47%에 그치고 있는 원가보상률을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이번에 시내요금을 인상한다 해도 원가의 60% 수준에도 못 미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한국통신은 이번 시내 전용회선 요금 인상이 시장개방에 따른 외국 회선임대사업자의 진입에 대비한 것이라며 후발사업자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기 위한 조치라는 회선임대사업자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앞으로 요금조정 신고제를 유지할 것인지 여부는 정부가 한국통신의 전용회선 사용료 조정이 업계에 미치는 파장등을 고려해 판단할 것으로 보이나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원칙들은 감안돼야 할 것이다.

우선 회선임대사업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현재 1조원 미만으로 돼 있는 신고제 적용 매출액 기준이 적정한가 하는 점이다. 97년까지만 해도 연간 전용회선 매출액이 1천9백억원 이상이면 반드시 요금조정때 인가를 받아야했으나 올들어서는 그 기준이 1조원으로 높아졌다. 현재 전용회선 시장규모가 연간 8천억원에 불과하고 한국통신이 이 가운데 7천억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는 상황을 고려할 때 과연 공정 경쟁이 보장될 수 있는지 검토돼야 한다.

당초 요금인가제가 후발업체의 경쟁력강화차원에서 추진됐다는 점에서 1조원이나 되는 신고제 적용기준은 시장상황을 고려해 다시 한번 적합성 여부를 검토해 보는게 바람직하다.

또 한국통신이 독점하고 있는 시내부문이 시외부문을 지원하지 못하도록 구간별 회계처리를 별도 추진토록 해야 한다는 회선임대 사업자들이 건의내용도 공정한 경쟁을 유도한다는 차원에서는 일리있는 지적이므로 검토돼야 한다. 물론 한회사에서 시내외 전용회선을 분리, 별도로 회계처리한다는 일이 간단치는 않겠지만 수익사업에 의해 보전되는 적자사업 부문에서 가격인하가 나타나도록 방치해서는 안될 것이다.

정보통신시장의 전면개방에 앞서 전용회선사업의 경쟁력강화는 분명 중요한 과제다. 외국업체와 맞선 국내업체간의 협력도 필수적이다. 이같은 여건을 고려해 8천억원밖에 안되는 전용회선시장을 둘러싸고 지배적 사업자인 한국통신과 후발업체가 요금인하 경쟁을 하는 것보다는 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투자확대와 외국업체에 대한 경쟁력 향상에 논의의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한정된 시장을 둘러싸고 시내외 회선요금을 올리고 내리는 경쟁은 이제 그만할 때도 됐다. 집안싸움보다는 개방화 추세속에 국내산업이 생존하기 위한 산업발전적 차원에서 풀어가려는 의식의 전환이 양측 모두에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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