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특집] 벤처기업 "해외공략" 가이드

지난해 11월 호텔이나 극장 등의 위치정보를 전화선을 통해 공공장소 등의 무인안내기(키오스크)로 전송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W사는 제품개발과 함께 미국업체와 수출계약을 진행해왔지만 국제통화기금(IMF)으로 인한 자금경색으로 해외출장비 등을 구하지 못해 바이어조차 만나지 못하고 고민만 하고 있다.

또 정보통신업체인 S사는 최근 석유화학 공장 등의 시료 분석작업을 컴퓨터와 로봇으로 대신하는 분석자동화시스템을 개발, 멕시코의 T사와 26억원 규모의 수출상담을 해왔지만 초기 마케팅 비용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처럼 세계시장을 겨냥해 만든 국내 정보통신 벤처기업들의 수준급 제품들이 IMF체제로 인한 자금난과 해외마케팅 노하우 부족 등으로 판로를 찾지 못하거나 수출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업체들이 의외로 많다. 특히 일부 기업은 해외 바이어들의 구매요청을 받고도 초기의 막대한 마케팅 비용 때문에 수출기회를 놓치고 있기도 하다. 최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3백개사를 대상으로 중소기업 수출애로 실태를 조사한 결과 해외정보 부족, 마케팅능력 부족 등을 1순위로 꼽은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정부나 대기업들은 중소 수출업체들이 고전할 때마다 「세계시장에 내다팔 물건이 없다」고 핑계만 된다.

그러면서도 수출입국을 표방한지 30년이 넘도록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나서는 것은 주력 수출상품에 대해서만 지원하고 있을 뿐 정작 수출지원이 절실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은 거의 외면하고 있다는 게 중소기업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중소기업들이 어렵게 개발한 상품에 대한 판로지원책도 말로만 무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벤처기업들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수출을 지원하는 곳이 많다. 소프트웨어업계의 수출을 자문, 상담해주는 업체도 있을 정도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구나힐스의 한국계 컨설팅업체 퀘스톤사가 바로 그곳. 이 회사는 최근 「StartupZone」 사이트(www.startup zone.com)를 개설하고 국내 정보통신 벤처기업들의 외국진출을 돕고 있다. 퀘스톤은 미국 정보통신업체를 국내에 소개하거나 연결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업체. 북미지역의 벤처 캐피털사, 개인투자가, 기업실무자, 컴퓨터 관련 전문인들과 한국의 유망 벤처기업의 제품, 서비스를 연결해주고 있다.

수출 중소기업들의 문제점을 진단, 치료하는 「수출닥터」도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중소기업의 수출장애 요인을 진단, 집중지도를 펴기 위해 지난 1월 2백명의 전문가를 구성한 수출닥터가 그것. 수출닥터는 주로 해당 업종에 몸담았던 중진공 지도위원들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카앰프를 생산해 전량 수출하는 K사. 이 회사는 지난 2년간 극심한 수출부진을 겪었다. 수출닥터의 진단결과 디자인의 투박함과 과다한 제조비용이 병인으로 나왔다. 중진공 수출닥터는 일본인 디자인전문가를 초빙, 각이 졌던 제품디자인을 유선형으로 바꾸고 외관에 드러난 40개 볼트를 4개로 줄였다. 다음으로 제조에 앞서 미리 모의실험을 통해 성능검사를 한 결과 개발시간이 단축되고 불량률을 크게 줄였다.

인터넷 가상공간에서도 수출판로를 찾을 수 있고 마케팅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해외 바이어와 각종 상품정보를 주고받은 후 수출계약까지 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른바 「사이버 무역」은 최근 국내 정보통신 벤처기업들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판로개척과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체들이 이용해볼 만한 곳이다.

해외수출 활동에 인터넷 등을 통한 사이버 무역을 적극 활용하려는 노력은 업체마다 정도가 다르지만 벤처기업들에는 거의 일반화된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다이아몬드 공구류 전문업체인 삼아레이저도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한 후 미국 S사에 1만2천달러에 상당하는 제품을 수출한 데 이어 현재 아르헨티나 회사와 5만여달러어치 수출계약 체결을 앞두고 막바지 상담을 진행중이다. 또 배전용 변압기 전문업체인 삼정전기는 인터넷 등을 통해 현재 베트남 다낭 전력청에 50만달러에 달하는 대형공사 수주를 위한 입찰에 참가하고 있고 폐쇄회로(CC)TV 전문업체인 동양종합산업도 미국과 캐나다 등의 대형 바이어와 현재 수주상담을 벌이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중소기업들의 수출활동을 지원하는 업체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무역협회(KITA), 한국무역통신(KTNET), 한국종합전시장(KOEX) 등 4대 국내 무역진흥기관이다. 이들은 중소기업들의 전자상거래(EC)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 인터넷 홈페이지를 구축해 지원하고 있다. KOTRA는 해외 마케팅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해외무역관을 중소기업의 해외지사로 활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도 해외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96년부터 「인터넷 중소기업관 구축사업」을 전개, 지난해말 현재 6백여개 중소기업의 인터넷 홈페이지와 3천여개 중소기업 상품 카탈로그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중기청과 중진공은 올해에는 8백여개 중소기업의 인터넷 홈페이지와 4천여개 상품 카탈로그를 인터넷 중소기업관에 수록할 계획이어서 해외시장 진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서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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