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鍾文 전북케이블TV 대표
태풍 「디지털위성방송호」가 한반도를 강타할 것으로 보인다. 이 태풍은 이미 미국과 일본에서 그 위력을 과시했다. 미국에서 디지털위성방송과 케이블TV가 치열한 공중전을 전개한 것과 대조적으로 일본은 처음부터 공존공영이라는 미명 아래 적자생존의 경쟁을 계속하고 있다.
94년 6월, 미국의 디지털위성방송 디렉TV는 1백50개 채널로 케이블TV 가입자에게 융단폭격을 개시했다. 케이블TV보다 2∼3배 많은 채널, 선명한 화면, 깨끗한 음질, 10% 싼 수신료, 피자 사이즈의 아담한 안테나 등 디지털위성방송은 기존 방송매체를 압도했다. 더욱이 미국 최대의 통신사업자인 AT&T가 경영에 참여, 전국 판매망을 형성한 것도 단년도 흑자 조기구현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개국한 지 1년 7개월 만에 1백20만 가구의 가입자를 확보하자 미국의 케이블TV업계는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디렉TV는 미연방통신위원회(FCC)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 케이블TV가 공중파TV를 압도하고 전체 TV시청가구의 60%를 넘는 보급률을 보이자 FCC는 케이블TV를 견제할 방송매체로 디렉TV를 지목했기 때문이다.
케이블TV는 즉각 반격에 나섰다. 케이블 부설이 어려운 산간부의 난시청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케이블TV업자들이 운영하던 아날로그 위성방송 프라임스타를 디지털로 전환한 뒤 6백 달러를 호가하는 안테나를 무료로 설치해 주며 1백만 가입자를 얻는데 성공했다.
96년 1월에 발간된 「멀티미디어 콘텐츠 비즈니스 뉴스」지가 「디지털위성방송과 케이블TV업계의 3억 달러 광고전쟁」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두 매체는 양보할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였다.
미국 케이블TV업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디지털위성방송이 일본열도 상륙을 준비하자 일본인들은 그 특유의 엄살작전을 폈다. 미국의 케이블TV업계를 뒤흔든 디지털위성방송이 일본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경우,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디지털위성방송 대책위원회」를 구성한 일본 케이블TV연맹은 회원사를 대상으로 앙케트를 실시했다. 전 회원사의 80%가 디지털위성방송을 저지하지 않는 한 케이블TV업계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일본 우정성은 디지털방송시대의 개막과 케이블TV산업의 보호라는 두 가지 과제를 충족시키기 위해 협상을 중재했다. 마침내 96년 1월 퍼펙TV(디지털 위성방송)를 수신하는데 필요한 수신설비비를 「퍼펙TV측에서 전액 부담」, 「프로그램 수신용 변환기 등은 프로그램 공급업자와 퍼펙TV가 공동 부담」, 「케이블TV국(SO)이 원한다면 대리점으로 지정 등의 조건으로 케이블TV를 경유해 중계한다」는 합의를 도출해 내는데 성공했다.
뒤이어 작년 12월에는 디렉TV가 위성방송을 시작했고 오는 4월에는 머독 회장의 J스카이B가 1백여개 채널을 서비스할 계획이어서 일본 상공에서 3백여개 채널이 우박처럼 쏟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퍼펙TV와 머독 회장의 J스카이B는 1대 1로 합병할 것에 합의했다. J스카이B의 손정의(孫正義)사장은 합병을 위해 지난 2월 1일자로 퇴임했다.
두 회사가 합병을 결심한 것은 디렉TV와 3파전을 전개할 경우에는 모두 도산할 우려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또 2000년에는 1천만 가구의 시청자를 확보한 방송위성(BS)이 디지털방송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프로그램 경쟁에서 열세일 수밖에 없다는 염려도 작용했을 것으로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다.
이제 한국도 디지털위성방송시대를 맞고 있다. 세계적 언론재벌인 머독 회장의 뉴스코퍼레이션과 데이콤을 중심으로 내년 하반기부터 75개 채널의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다. 정보의 초고속도로 조기구축과 영상산업의 획기적인 발전 등을 목표로 강력하게 추진해 왔던 케이블TV산업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가 최대의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뿌리도 내리지 못한 한국의 케이블TV산업이 디지털위성방송과 공존공영할 수 있는 묘안이 있는가, 미국과 일본을 타산지석으로 우리 모두의 슬기를 모아야 할 때가 바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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