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O "도전 98"

국내 전형적인 SOHO(Small Office Home Office)족으로 컴퓨터 칼럼리스트인 곽동수씨(34)를 꼽을 수 있다. 그는 컴퓨터 칼럼니스트이자 테크니컬 라이터이며 컴퓨터 전문 방송인으로서 맹활약중에 있다. 그의 하루일과는 아침에 눈을 뜨면 전자우편을 통해 날아온 메시지에 답해주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의 방안에는 전화기 2대와 펜티엄PC 2대, 펜티엄노트북 1대, VCR 1대, 레이저 프린터, 스캐너, 영상회의용 카메라인 컬러퀵캠과 디지털카메라 DC-50, CD리코더 등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그가 가장 유용하게 사용하는 연락수단은 문자삐삐다. E메일로 수신된 메시지가 곧바로 출력되는 문자삐삐와 수시로 울리는 휴대폰이 이들 장비와 어우러져 완벽한 SOHO네트워킹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홈오피스 장비들과 그의 아이디어가 합쳐져 월 1천만원의 수입, 연봉 1억원이 넘는 고소득 생산활동을 해내고 있다.

그는 매주 3∼4건의 컴퓨터 관련 글을 쓰고 학생들을 위한 컴퓨터강좌 방송에 출연하며 기업체의 컴퓨터교육과 컴퓨터 관련업체에 컨설팅을 한다. 그외에도 주요 언론매체와 단행본에 실릴 원고를 집필하고,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IP를 운영하며 주변인의 홈페이지 제작작업도 도와준다. 또 각종 SOHO에 대한 상담 및 컨설팅과 케이블TV 및 라디오 방송출연 등으로 쉴 틈이 없다.

사주도사라는 역학 IP사업으로 성공한 포인트라인의 신재연 사장(37)도 SOHO족으로 성공한 케이스다.

그는 많은 정보 가운데 역학정보를 전문화시킨 것에 대해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우리 고유의 문화이자 정보사회의 혜택이 필요한 전근대적인 분야가 바로 역학이기 때문에 이 길로 나섰다』고 답한다.

그는 IP사업 성공비결은 첫째 독자적인 자기정보를 가져야 한다는 것과 둘째로 그 분야에서 최고의 정보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한다. 정보의 질이 모든 것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셋째로는 다른 모든 사업과 마찬가지로 IP사업도 고객지상주의 전략만이 성공을 보장하며, 넷째는 한가지 전문정보로 여러가지 수익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도 강조한다.

또 다른 SOHO족인 이창희씨(35)는 직장생활에서 얻은 경험과 아이디어를 살려 자택에서 사업을 하는데 현재 여행가방 임대업인 「렌트백 서비스사업」으로 한해 1억원 가량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말 그대로 여행용 가방을 빌려주는 업체로 다소 생소한 감이 없지 않지만 틈새시장을 공략했다는 점에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사업이다.

대학을 졸업후 대한항공에 입사한 이씨는 2년 9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가방 임대사업을 시작했다. 여행자 처지에서 여행목적과 기간에 따라 다양한 크기의 가방이 필요하지만 여러 종류의 여행가방을 가진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을 착안해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는 퇴직금을 포함해 가진 돈 1천8백만원을 털어 다양한 크기의 여행가방을 구입했다. 그리고 컴퓨터통신과 지역신문에 여행가방을 빌려준다는 광고를 냈다. 이씨의 아이디어는 적중했다.

이씨는 이 사업을 혼자 집에서 해왔다. 예약은 사무대행회사의 전화비서, 배달은 용역회사에 맡겼다. 이 때문에 별도의 사무실이나 비서가 필요없었고, 이에 따라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았다.

50세가 넘은 여성 3명이 모여 만든 문화역사 여행 전문컨설팅인 「천하장군 브레인 스위치」는 SOHO가 젊은 세대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중장년층이라도 그동안의 풍부한 경험을 살려 일을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의욕을 불어넣어주는 모범적인 사례다.

이들 여성은 한국여학사협회에서 10여년간 간부로 일하면서 다져온 우정을 토대로 한국문화를 알리는 답사여행 컨설팅업체를 만들었는데 각자의 경험을 살려 총무경력이 있는 김수홍씨(56)가 기획과 재무, 회원관리를 맡고 박원순씨(58)는 자료수집과 현장역사 강의를, 이지연씨(56)는 홍보와 여행진행을 담당했다.

회원모집은 각자의 집에 컴퓨터와 팩스를 갖춰 놓고 여행컨설팅 문의가 들어오면 여행계획서를 수립한 후 직접 가이드를 하고 박씨가 답사 강연내용을 팩스로 보내면 영어로 다시 번역, 팩스로 돌려보내는 형식으로 일을 처리한다.

여성 삼총사는 사는 곳이 수유리, 안양, 산본 등 각기 떨어져 있기 때문에 연락은 전화와 팩스, PC통신을 이용하며 만나는 횟수는 한달에 두번 정도에 불과하며 전반적 업무는 모두 재택근무로 해결하고 있다.

제일모직 화성사업본부 EPS영업팀에 근무하는 김영기씨(29)는 집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재택근무의 전형적인 SOHO 사례.

그의 일과는 서울 자택에서 노트북PC를 켜는 것으로 시작된다. 2시간씩이나 걸리는 출근길로 고생할 필요없이 그는 통신으로 모든 업무를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그는 휴대폰, 노트북PC, 팩스, 광역삐삐, 프린터, 전화기 같은 첨단 개인용 무기로 중무장하고 있다.

그는 회사 전용통신망을 통해 전날 방문보고서 및 오늘의 일정, 그리고 전날 출고확인 및 출고의뢰를 작성, 보고하면서 업무를 시작해 통신의 비공개 대화방에 들어가 회사동료들과 함께 전자회의를 시작한다. 그는 재택근무가 성공하려면 『강한 프로의식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스스로 스케줄에 차질 없이 일을 처리하려면 자신을 통제할 줄 아는 냉철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SOHO족들의 성공담들이 최근 일반에 알려지면서 창업을 알선하거나 마케팅기법 등을 알려주는 회사들도 이곳저곳 문을 열고 있다.

IMF한파로 실업자가 1백만명에 이르면서 직장인들의 심리불안이 창업이라는 돌파구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한국생산성본부는 실업대책 교육의 하나로 「창업교육과정」을 개설했는데 하루 만에 교육인원 모집이 끝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그러나 철저한 사전준비 없이 창업하다가는 낭패를 당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무턱대고 서두를 수도 없는 일이다.

생산성본부 정보화사업부 서수석 연구원은 『SOHO로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 대부분은 초기비용이 별로 들지 않아 쉽게 출발하려고 하는데 그것은 크게 잘못된 생각』이라면서 『먼저 자신에게 적합한 SOHO업종을 선택하고 그 다음 일정기간 준비작업이 필요한데 전문성을 갖고 있는 사람은 HO형태로 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렇지 않고 비용절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SO형태가 바람직하다』라고 권고하고 있다.

SOHO가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80년 말 미국에서부터. 당시 미국에서는 심각한 경제불황으로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조직슬림화를 추진했으며 그 과정에서 대량실업자가 발생하면서 SOHO가 처음 등장했다.

서울여대 김명주 교수는 『현재 우리의 사회여건이 미국의 80년대 말과 비슷하다』면서 『우리도 SOHO가 자리잡을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된 상태』라고 말한다.

생산성본부는 최근 미국 SOHO협회에서 21세기 유망 SOHO직종을 선정, 필요한 52가지 중 우리 실정에 맞는 10종을 선정했다. 생산성본부가 선정한 SOHO직종은 인터넷 비즈니스 중개서비스를 비롯, 인터넷을 이용한 테마여행기획, 기사제공서비스, 가상서점, 헤드헌터, 세미나 프로듀서, 쿠퐁 유통서비스, 예약대행업 등이다.

SOHO사업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는 한국사업정보개발원은 재택형 SOHO직종으로 애니메이터, 컴퓨터 인쇄업, 산모 도우미, 개인 이미지상담가, 컴퓨터 속기사, 웨딩카툰 비즈니스, 온라인 정보검색원, 베이비 샤워사업, 웨딩 컨설턴트, 유행진단 사업, 모임연락 전문대행업 등을 추천하고 있다.

기업형 직종으로는 이동 카센타, 당일매매 투자가, 아파트 하자정보 상담전문가, 재도전 마케팅사업, 소비자 수요창출사업, 애완동물 운송대행업, 단체홍보 전문가, 기상 비즈니스컨설팅사, 헤드헌터, 상품 온라인구매 대행업 등을 꼽고 있다.

박준호 사업정보개발원 선임연구원은 『SOHO직종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경험이나 적합한 업종을 선택해야 하며 가능하면 틈새시장을 노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고객들에게 친절하고 부지런해야 하며 무엇보다 고객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성공비결을 제시했다.

<양봉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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