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멀티미디어의 정책 방향 설정

高永滿 성균관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

멀티미디어가 경제적 측면에서 지니는 의미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멀티미디어적 요소가 기존 매체에 통합되는 현상이다. 간단한 예로 전자사전에 멀티미디어적 요소가 보충되는 것을 들 수 있다.

둘째로는 멀티미디어에 의해 전적으로 새로운 시장이 개척되는 현상이다. 이는 동종 업체간의 전략적 연합 외에도 정보시장과 직접 관련이 없던 기업들이 멀티미디어 시장에 뛰어드는 형태로 나타난다. 국내의 예로서 전력회사가 멀티미디어 시장에 진출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해외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더욱 확산될 것이다.

세번째로는 원래 경영합리화를 위해 도입된 응용분야가 이제는 하나의 독립된 멀티미디어 사업분야를 형성시키는 현상으로서 예를 들면 원격영상회의, 텔레워킹(Tele Working), 텔레리서치(Tele Research) 등이 있다.

산업구조의 전반적 변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멀티미디어의 경제적 의미와 더불어 선진국에서의 멀티미디어 산업에 대한 관심은 미국의 국가정보기간망(NII) 프로그램, 유럽연합의 인포2000(Info 2000) 프로그램 등에 의해 이미 실질적인 정책적 진흥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최근 멀티미디어 산업에 대한 기술, 경제적, 사회, 정치적 관심이 증대되고는 있으나 멀티미디어 산업의 합리적 진흥을 위한 구체적 정책 프로그램과 실천방안은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않다. 또한 멀티미디어 산업의 핵심이 되는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대상영역과 내용에 대한 체계적인 현황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관련 산업의 발전을 위한 정부 차원의 최소 기준마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의 멀티미디어 관련 정책에서 나타나는 본질적 문제점은 구체적 정책 프로그램의 부재보다도 멀티미디어 시대를 향한 정책적 목표설정이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정책적 목표설정 차원의 대표적 문건으로는 지난 94년 5월 EU의 「BangemannPaper」와 미국의 「NIIDocument」를 들 수 있으며, 이들 문건을 분석해 볼 때 멀티미디어의 정책적 목표설정과 관련하여 국가가 취해야 할 가장 중요한 기본 입장은 크게 세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멀티미디어를 최고의 정책적 우선권을 갖는 분야로 취급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많은 사람들이 멀티미디어는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도전이며, 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라고 말하고 있다. 만일 이러한 예측들이 단순한 수사학 이상의 것이라면 이와 관련된 정책적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에 상응하는 정책적 우선 순위와 소관영역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자면 커뮤니케이션 문제와 환경문제, 멀티미디어 교육시스템과 교사의 확충, 원격직장과 파트타임 일자리, 국제적 멀티미디어 네트워크와 국제적 경제갈등의 해결과 같은 상호 대립되는 정책목표의 설정에 있어서 어디에 우선권을 둘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둘째, 멀티미디어에 대한 사회적 수용과정에 대하여 어떠한 입장을 취할 것인가이다. 멀티미디어에 대한 입장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뉘어져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정보사회를 통해 산업사회를 대체하게 되는 하나의 혁명적 프로세스로 멀티미디어를 평가하는 혁명적 견해이며, 다른 하나는 멀티미디어는 중지시킬 수 없는 자연적 발전으로서 이미 우리는 멀티미디어와 더불어 진화하고 있다는 진화론적 견해이다. 또다른 입장은 멀티미디어는 일반적 커뮤니케이션 관계나 기존의 미디어 관계에 있어서 급진적으로 출현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미디어들과 상호 공존 및 협조를 통해 개별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상호공존적 견해로서 멀티미디어의 잠재력에 대한 과대평가를 경고한다. 따라서 세 입장 중 어디에 정책적 목표를 설정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셋째, 멀티미디어 산업을 공공의 인프라 문제로 바라볼 것인가 아니면 시장경제에 의한 통제정책을 취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멀티미디어의 인프라적 성격에 동의할 경우 국가는 이러한 인프라의 구축 및 정착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멀티미디어는 시장경제 속에서 성장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멀티미디어는 유니버설 서비스(Universal Services)라는 표어와 결합되어 논의되고 있다. 유니버설 서비스는 공공도서관처럼 경제적 이윤추구와는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접근해야 할 정보인프라를 구축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멀티미디어를 공공의 인프라 구축 문제로 다룰 것인지, 아니면 시장경제에 맡길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목표가 설정되어야 한다.

21세기 정보사회에 있어 멀티미디어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이러한 기본목표들의 대안에 대한 새 정부의 입장이 명확하길 기대한다. 이는 빠를수록 좋을 것이며 이럴 경우 멀티미디어 산업의 합리적 발전을 위한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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