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이어 세계 제2위의 액정표시장치(LCD) 생산국이자 반도체 다음가는 주요 수출산업의 위상을 지켜오던 우리나라 LCD산업이 최근 들어 이런 저런 이유로 위기국면으로 치닫고 있다는 보도는 충격적이다.
세계적인 공급과잉으로 국내업체들이 LCD분야에 투자를 게을리하는 동안 경쟁국인 대만은 장래를 내다보고 대대적인 설비투자를 단행, 한국산은 고급품 시장에서는 일본에 밀리고, 중저급품 시장에서는 대만에 따라잡힐 지경에 처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대만업체들의 투자규모가 올해 전세계 LCD설비 투자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엄청나 오는 2000년에는 대만의 한국 LCD산업 추월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는 분석은 정부당국은 물론 관련산업계 모두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대목이라고 할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우리나라는 노트북컴퓨터 생산용으로 수요가 많은 대만 LCD시장은 물론 중국 등 신흥 수요국의 막대한 시장까지 상실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이러다가는 국내시장까지도 대만에 내줘야 하는 최악의 사태까지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LCD는 현재 각종 표시장치와 노트북컴퓨터, 가전제품 등에 주로 사용되고 있으나 그 기능이 우수해 앞으로 차세대 표시장치로 일컬어지는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과의 경쟁에서 이길 가능성도 없지 않은 전도가 유망한 제품이다.
앞으로도 전자제품은 더욱 발전해 갈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전자제품의 경쟁력은 바로 부품의 경쟁력에 의해 좌우된다. 우리나라 캠코더산업이 일본을 따라잡기 어려운 것은 LCD와 고체촬상소자(CCD)등 몇 가지 핵심부품의 기술이 일본보다 뒤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컬러TV를 생산하는 몇 안되는 나라이며 컴퓨터 분야도 마찬가지다. 가전제품이나 컴퓨터의 핵심부품인 디스플레이 분야는 앞으로 정보가전, 정보통신 분야에 있어서 그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반도체나 가전산업 등의 성공에 힘입어 대규모로 투자를 요하는 LCD사업 분야에 진출,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의 생산국으로 발돋움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올해 LCD수출은 무려 30억 달러에 이르러 반도체에 이은 수출 효자상품으로 기대를 한껏 모으고 있다.
이러한 산업이 그동안 공급과잉으로 판매가 부진한 데다 설상가상으로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서 기업들의 자금사정마저 경색되자 LCD투자를 우선순위에서 제쳐두고 있는 실정이지만 지속적인 투자 없이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첨단 LCD기술의 확보가 사실상 어렵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지난 수십년 동안의 디스플레이의 흐름을 보면 상당히 오랜동안 컬러TV에 채택된 브라운관이 주류를 형성했으며 80년대 들어 컴퓨터의 보급에 따라 모니터용 브라운관(CRT)이 널리 보급됐다. 최근에는 노트북 컴퓨터와 각종 표시장치의 보급이 활기를 띠면서 LCD산업 규모가 크게 늘고 있다.
현재 일본은 LCD분야에서 우리보다 한발 앞섬으로써 그동안의 투자비를 회수했을 뿐만 아니라 기술축적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우리는 그동안 투자한 결실을 충분히 얻기도 전에 공급과잉이라는 벽에 부닥치고 말았다. 업체들의 자금사정이 어렵다고 해서 전도가 양양한 디스플레이 사업분야를 등한시하거나 포기한다면 우리는 앞으로 전자제품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하나의 요소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LCD산업의 유망성에 착안, 투자를 보류하는 소극적인 경영에서 벗어나 오히려 경쟁국인 일본과 차별화할 수 있는 LCD상품 개발에 힘을 쏟는 적극적인 경영으로 마인드 전환이 시급한 때다. 특히 현재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유리나 액정 등 핵심부품을 서둘러 국산화해 부가가치를 높임으로써 난국을 돌파해야 겠다.
정부도 새 내각의 출범을 계기로 새로운 마음으로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을 장기적 관점에서 육성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때다. 기술개발 지원체제도 그동안의 디스플레이 완제품 개발 지원체제에서 탈피, 이제는 한걸음 더 나아가 디스플레이 분야의 기초소재 기술개발 지원체제로 전환, 산업기반을 다져나가야 한다. 또 디스플레이 분야가 기술력과 함께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장치산업인 점을 감안, 이 분야에 투자를 유도할 수 있도록 장기 저리의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겠다. 기업체의 공격적인 경영과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디스플레이산업을 중흥시키는 것도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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