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도매상들이 삼성영상사업단의 음반도매업 진출방침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음반도매상을 대표한 음반도매상협회(도협)는 삼성측이 음반도매업 진출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삼성그룹 전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전개키로 하는 등 사활을 건 저지투쟁을 다짐하고 있어 적지않은 파장을 던져주고 있다.
음반도매상들이 이처럼 초강수로 맞서는 배경은 먼저 삼성의 시장진출을 허용할 경우 그렇지않아도 경영난에 허덕이는 음반 도매상들이 대부분 도산하고 말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해 불어닥친 IMF한파는 음반도매상들의 유통성 자금을 꽁꽁 묶어버렸다. 더욱이 대형 음반 소매점들의 가격덤핑 경쟁은 음반도매상들의 경영난뿐만 아니라 그들의 입지마저 뒤흔들어 놓았고 이로 말미암아 국내 최대의 음반유통사인 대일통상과 국도레코드 등 5개 대형유통사들은 끝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한 채 도산하고 말았다.
음반도매상들이 삼성의 시장진출을 극력 저지하려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음반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어려운 음반 유통업계에 자금력을 앞세운 대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게 되면 소매상들에 대한 밀어주기 및 할인판매 등 변칙적 유통관행이 활개칠 것이 뻔하고 이를 견디지 못한 기존업체들은 결국 도태되고 말 것』이라고 주장한다.
음반도매상들이 특히 삼성측의 부인에도 불구, 여전히 의혹을 제기하며 조직적인 대응방침을 천명하고 나선데는 삼성의 과거의 행적과도 무관치 않다는 게 음반업계의 지적이다.
삼성이 지난 93년 음반제작업에 참여하면서 음반업계와 약속한 역할분담, 즉 국내가요 제작보다는 클래식 제작과 해외시장 개척에 힘쓰겠다는 「묵계」가 끝내는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 이번에도 삼성은 음반 도매업보다는 음반물류에 더 큰 관심이 있다고 했지만 한편에서는 음반직배사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모색해 왔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음반유통업계는 따라서 삼성측이 정식으로 「음반유통시장 불참선언」을 하지 않는 한 삼성에 대한 옥죄기를 계속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파문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삼성측은 『자사 제품에 대한 판로확보를 위한 자구책으로 이해해 달라』며 더이상의 언급을 회피했다.
음반업계 일각에서는 이와관련, 음반도매상들이 전근대적인 영업행태를 고수하면서 대기업의 참여만을 부도덕하다고 가로막는 것은 자기영역 지키기에만 급급한 이기적인 발상이라며 음반 도매상들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음반업계의 한 관계자는 『음반유통망이 완전히 붕괴된 마당에 대안보다는 자기영역 지키기에 급급한 음반도매상들의 집단 움직임에 찬성할 수 없다』면서도 『대기업도 도매업보다는 물류선진화 등 산업 인프라 구축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며 음반도매상과 삼성영상사업단에 대한 양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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