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IMF시대와 환경경영

許鐸 건국대학교 공과대학 공업화학과 교수

지금 우리는 모두에게 엄청난 인내를 요구하는 IMF시대를 맞고 있다. 오늘의 상황은 그동안 우리가 함께 노력하여 이루어 낸 많은 결실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무색하게 할 정도이다.

이제는 하루속히 이 IMF의 시련을 벗어나기 위한 전국민적인 단합과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내적으로는 우리 모두가 한마음으로 절제하고 인내해야 하며 외적으로는 수출을 늘려 무역흑자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과 같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꼭 필요한 분야에는 과감히 투자하는 용단을 내려 국제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필요한 투자가 시기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다행히 오늘의 IMF시대를 극복한다고 해도 아미 그때는 국제사회의 흐름에 뒤쳐져 낙오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과거 세계경제개발의 흐름과 사회발전의 개념은 인간의 기본욕구와 복지충족에 기본을 둔 경제성장 일변도였으며 이러한 흐름에 부응한 나머지 우리나라의 경제개발정책은 매우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는 급속한 경제성장의 결과로 누린 혜택으로 인한 몸살을 심하게 앓고 있다. 예컨대 기후변화, 자원고갈 같은 생태계의 이상현상은 심각한 수준에 도달하여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태로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환경의 보호가 세계경제의 관심사로 부각되면서 이미 전세계적으로 제반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규제를 준수하는 것이 점차 더 어려워지고 비용 또한 상당히 소요되므로 환경비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터특한 기업들의 경쟁력은 자연 강화될 것이다.

예를 들면 세탁기는 세탁과정에서 전기와 세제의 사용으로 인해 많은 환경부담을 일으키며 수명이 다한 후에는 폐기시에 상당량의 고형폐기물을 발생시킨다. 이로 인한 피해는 사회전체가 공유하게 되므로 정부가 개입하여 오염자부담원칙(PPP:Poluter’s Pay Principle)과 생산자책임확대(EPR:Extended Producer’s Responsibility)주의에 입각하여 전기사용량 및 수계배출물과 고형폐기물에 대한 규제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

이에 생산자는 세탁기에 절전형 모드와 추가적인 폐수처리장치를 부착하고 고형폐기물 회수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므로 기존의 1백만원짜리 세틱기의 가격을 1백20만원으로 올리게 될 것이다. 만일 어떤 기업이 세탁기의 전과정, 즉 원료취득, 제조, 유통, 사용, 폐기에 걸친 환경부담을 정확이 평가하여 가격을 10만원 정도만 올리면서 환경오염을 감소시킬 수 있다면 그 기업은 경제성과 환경성을 동시에 확보하여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게 되므로 경쟁력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환경을 살리는 일이 경제를 살리는 일이고 경제를 살리는 것이 환경을 살리는 일이되는 셈이다. 우리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제품의 전과정을 고려하는 환경경영을 하루빨리 도입하여 환경친화적인 제품을 생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록 IMF시대이긴 하지만 꼭 해야할 일이나 필요한 투자의 시점을 놓지면 향후 어느 기업도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으므로 환경친화적인 제품의 생산을 위한 다양한 연구와 투자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기업이 환경경영 마인드를 도입하고 친환경적인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직, 간접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며 소비자들도 환경성이 우수한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그 기업이 성장해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할 것이다.

반복하여 강조하건대 세계 무역질서가 환경이라는 대전제 아래 개편되고 있는 시점에서 소비자들의 값진 희생, 기업의 지속적인 노력, 정부의 효율적인 조정을 통해 새로운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함으로써 작금의 위기를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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