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기업경영 환경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사상 처음 겪고 있는 현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선 정부와 기업, 국민들이 다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 각자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고통을 분담한다는 열린 마음으로 우리 앞에 다가오는 위기를 하나씩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런 모두의 노력과 지혜가 결실을 거둘 때 우리는 국제통화기금 한파를 예상보다 일찍 극복하고 21세기 새로운 도약의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고금리에다 경기가 계속 내리막길을 달리자 많은 기업들이 경비절감과 생산성 극대화 등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마련해 적극 추진하고 있다. 기업들의 구조조정작업도 활발하게 진행중이다. 모두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이런 노력들이 소기의 성과를 거둬 재도약의 기틀을 다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러나 최근의 불황을 맞아 우리가 한 가지 유념해야 할 점이 있다. 지나친 설비투자 축소는 결국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이 된다는 사실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 한파로 인해 전자, 정보통신업체들이 올해 설비투자를 지난해보다 대폭 줄일 계획이라는 보도다. 통상산업부가 최근 국내 정보통신, 반도체, 가전 등 20개 업종의 주요 기업 2백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올해 설비투자 동향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설비투자액은 총 24조2백43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무려 31%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로 인해 국내 주요 기업들의 설비투자액은 지난 97년의 전년대비 9.7% 감소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일 전망이다.
이 가운데 전자산업의 꽃이라 불리는 반도체 8개사의 경우 올해 3조9천1백62억원, 가전 11개사의 경우 1조7백81억원의 투자계획을 세워놓고 있으나 이같은 투자규모는 각각 전년대비 35.5%, 37.2% 수준의 대폭적인 감소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특히 이동통신 기기의 보급확대로 시장확대가 예상되고 있는 정보통신업체(11개)들까지 전년대비 21.9% 줄어든 2천1백35억원의 투자를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설비투자 위축현상이 전자, 정보통신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케 해주고 있다.
물론 이같은 대폭적인 설비투자 축소계획은 한마디로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로 접어들면서 높은 금리에다 금융시장 경색 및 경기불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자금확보난과 시장상황 전개가 극히 불투명한 현 상황에서 설비투자를 확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긴 하다.
그러나 설비투자나 연구개발비 등은 그 성과가 하루 아침에 나타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장기적인 안목의 투자가 결과적으로 경쟁력 확보라는 열매로 나타나는 것이다. 물론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서 투자의 우선순위를 재검토해 적재적소에 투자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지나친 설비투자 축소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최근 산업기술진흥협회가 조사한 연구개발(R&D) 투자동향에서도 전자, 정보통신분야의 올해 R&D투자가 크게 감소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연구개발 분위기의 위축 등이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성장률이 떨어질 때도 지속적인 설비투자를 해왔다는 점을 참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영방식과는 대조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선진국의 기업들은 불황이 극심한 경우에도 설비투자 감소폭이 전년대비 10% 안팎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의 전년대비 30%대의 설비투자 축소폭은 기업의 자금사정 등 여러가지 악조건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선진국 기업들과 비교할 때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리의 기업환경은 시장개방과 경제블록화 및 기술보호정책 등으로 자생력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실정이다.
따라서 기업들의 지나친 설비투자 축소는 R&D 투자축소와 함께 미래지향적 시각에서 신중하게 재검토해야 한다. 불황일수록 절약과 미래지향적인 측면의 투자는 명확히 구분해야 하며 설비투자 축소는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특히 정보통신 기술은 상호 연관성이 높기 때문에 기술개발의 연계성을 감안한 설비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시장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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