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가전업계가 환율폭등으로 가전 수입업무를 사실상 중단하면서 이를 담당하던 해외사업부나 수입전담 계열사가 존폐의 위기에 놓였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린나이코리아, 동양매직, 한샘, 에넥스 등 주방용 가전기기 및 시스템키친 생산업체들은 최근 환율이 급등하면서 수입업무에 큰 부담을 느껴온 데다 가격이 인상돼 수입제품 판매가 극심하게 위축되자 이와 관련된 업무를 대폭 줄이기로 하고 담당 사업부를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한편 이를 전담하던 수입유통 계열사의 존폐까지 거론하고 있다.
특히 이같은 움직임은 경쟁업체라 할 수 있는 백색가전, 미원통상, 두산상사 등 외산가전을 전문적으로 수입하는 유통상사조차 수입업무를 대폭 줄이거나 중단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어 이들의 행보에 따라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주방가전업체들은 그동안 자체 개발, 시판하는 주력 제품 이외에 국내 보급률이 낮고 신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양문 여닫이식 냉장고, 드럼세탁기, 식기세척기, 가스오븐레인지, 인덕션쿠커 등에 대한 수입업무를 병행, 직접 유통시키거나 자사의 부엌가구에 붙박이시켜 판매해 왔으나 최근 환율급등 및 내수경기 침체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전면적인 손질에 들어갔다.
린나이코리아는 지난달 이탈리아 캔디사로부터 들여오던 식기세척기, 드럼세탁기 등의 수입을 중단하기로 하고 수입담당 부서를 폐지시켰으며 계열사인 RK통상도 수입업무를 대폭 줄이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동양매직도 키친에이드와 바흐네트 등 직수입하고 있는 외산 사이드 바이 사이드 냉장고, 드럼세탁기 등에 대한 수입업무를 대폭 축소하기로 하고 관련부서를 해체시키고 일부 인력만 타부서로 재배치했다.
부엌가구업체인 한샘 역시 한강상사, 한폐상사 등 계열 유통사를 중심으로 수입업무를 진행해 왔으나 이들의 업무를 대폭 축소하고 새 업무를 찾고 있으며 자체적으로는 기기수출을 전담할 해외사업과를 신설했다. 에넥스도 외산 제품보다는 국내 협력업체를 찾아 국산 제품으로 대체해 나가고 있다.
주방가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외산 가전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을 상대로 제품 구색을 갖추는 한편 높은 마진 때문에 너도나도 수입사업에 열을 올려 왔으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이를 포기하거나 중단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고가 외산 제품의 구매심리 위축으로 당분간 이같은 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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