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IMF와 중소전자업체

朱辰爀 디텍정보통신 부사장

우리나라는 참으로 절박한 경제적 숙명을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부존자원은 너무나 빈약해 식량, 석유 등 국민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자원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그 수입대금 결제를 위해 필요한 외화는 수입한 원자재를 가공해 수출함으로써 마련하고 있다.

따라서 수출을 하지 않고서는 국민의 기본생활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기본조건조차도 스스로 마련할 수 없는 운명에 놓여 있다. 최근 IMF사태로 표현되는 최악의 국가경제 도산과 국민의 고통은 이러한 경제적 숙명에 놓여 있음을 잠시 망각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수출은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수입은 늘어만가니 그 누적된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이다.

사실 수출이 제대로 되지 않은 한편 수입이 늘어난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가격의 급등이라고 생각한다. 단기간에 부동산가격이 급등함으로써 모든 생산요소의 가격을 상승시켜 우리나라 산업의 대외경쟁력을 극도로 악화시켰을 뿐 아니라 국민들로 하여금 성실한 근로와 절약의 미덕보다는 과소비와 저효율로 빠져들게 하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또한 부동산 소유자에게 이전된 부는 그 성격상 생산활동으로 투자되지 않아 경제적인 침체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어찌되었건 이제는 엎질러진 물이고 단지 현재의 위기를 어떻게 대처해야 우리 자식들에게 빚더미의 나라를 물려주지 않을까 하는 절대절명의 숙제가 남아 있다. 사실 우리나라가 감히 가지고 있다고 내세울 수 있는 자원은 없으며 있다면 사람뿐이다. 지금 국가부도 위기에 처한 인도네시아도 알고보면 우리가 부러워해야 할 나라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 나라의 풍부한 천연자원은 시간이 흐르면 그들의 외채를 해결해 줄 것이지만 우리는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다면 이를 해결할 방안이 도무지 없기 때문이다.

기초과학의 기반이 튼튼하지 않고 또 몇 백 년에 걸친 산업기반도 없이 단기간에 사람의 자질에 주로 의존해 도약가능한 산업분야로는 전자공업 이외에는 별로 없을 것 같다. 또 전자분야는 천연자원의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부존자원이 별로 없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적합한 산업분야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상대적인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전자산업 분야에서 실제로 처한 위상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 고급 기술제품은 일본에 자리를 내주고 중급 제품은 대만에, 하급 제품은 중국에 시장을 빼앗기고 있으니 어디 한 군데 발붙일 곳이 없는 실정이다. 일본은 우리보다 기술수준이 앞섰으니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만에 뒤져있는 분야는 심각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전자공업의 우수한 엔지니어와 인력이 대기업에 집중되고 그 결과 중소기업이 상대적인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서는 기술개발력과 마케팅 능력이 대만에 뒤지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일본과의 경쟁에서도 지고 만만하게 이길 수 있는 대만과의 경쟁에서도 지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지금은 IMF시대다. 그러나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최소한 전자산업에 종사하는 중소기업에 있어서는 기업의 성장과 기업주, 근로자의 경제적 성과 및 나아가서는 외화획득을 통한 외채상환과 국민생활의 기초자원 확보라는 좀더 애국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고 본다. 최근 들어 환율이 오르고 부동산가격이 내리고 임금수준이 그대로 유지되고 대기업의 인력이 흩어지고 은행의 금융제도와 행정제도가 개선되고 있다. 이 모든 변화를 잘 받아들여 우리 전자산업에 종사하는 중소기업이 국가경제의 주축이 되어야 할 기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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