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최근 신임 기술담당부사장(CTO)으로 미국에서 활동중인 백우현 박사(49)를 영입했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백 부사장이 멀티미디어, 기존 CTO인 김종은 전무는 생산기술 및 리빙시스템부문을 각각 맡아 LG전자의 기술방향을 이끌어가게 되는 쌍두체제를 구축했다.
디지털 멀티미디어분야의 석학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백 부사장은 그동안 미국 학계 및 업계에서 배운 노하우를 국내 기술과 접속, 독창적인 상품을 개발함으로써 LG전자를 세계 일류 수준의 기업으로 육성하는 데 일조를 하고 싶다고 취임소감을 밝혔다.
『인텔, 퀄컴,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세계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독창적인 기술과 이를 이용한 상품을 개발, 상품화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독창적인 기술보다는 생산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기업과 경쟁해 상대적으로 많은 이익을 창출하지 못했던 국내기업들도 이제는 과거의 비효율적인 경쟁에서 벗어나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 국내 여러 대기업에서 영입의사를 타진해왔지만 LG전자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백 부사장은 LG전자가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있으며 또 자신이 개발한 기술 및 상품을 직접 상품화할 수 있는 CTO라는 자리를 제안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백 부사장은 미 제너럴 인스트루먼트(GI)의 기술담당 부사장, 미 퀄컴의 기술개발 담당 전무를 역임하면서 미 디지털 위성방송의 표준이 된 「디지사이퍼」시스템과 케이블TV의 페쇄중계방식인 「비디오사이퍼」시스템 등 자신이 개발한 제품을 밀리언셀러 상품으로 만들어 과학자로서는 흔치 않게 뛰어난 사업감각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전자가 지향하는 하이테크부문의 기술방향에 대해 백 부사장은 단기적으로는 이미 개발된 제품들의 상품성을 더욱 높이고 아직 상품화를 하지 못한 기술의 상품화에 주력할 계획이며 장기적으로는 원천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이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시스템을 개발해 나가는 데 역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TV를 비롯해 오디오 등 각종 미디어기기들의 디지털화는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이 가운데서 디지털TV는 디지털미디어기기의 중심으로서 다양한 응용분야와 함께 부가적인 멀티미디어 상품을 창출하는 핵심기기가 될 것입니다. 제가 제안한 디지털방식이 미국 디지털TV의 규격으로 결정된 만큼 국내 기업들이 아날로그 미디어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기업들을 제치고 세계시장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백 부사장은 『현재 국내 기업들이 디지털 미디어시장에서 상당히 앞서 가고 있지만 국내기업간 치열한 경쟁으로 기회선점의 효과를 상실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시하면서 『국내기업들 스스로 경쟁업체가 국내가 아닌 일본 등 외국 선진기업들이라는 것을 인식해 국내기업들간 공조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며 LG전자가 앞장서 국내 기업간 기술을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백 부사장은 48년 서울생으로 미 MIT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91년 미 방송 심포지엄 최우수논문상, 96년 디지사이퍼 개발로 에미상(기술부문) 등을 수상했으며 특히 90년 세계 최초로 차세대 TV인 HDTV의 규격을 디지털로 해야한다고 주장, 미국 디지털 TV규격이 디지털로 결정되는데 큰 영향을 끼친 바 있다.
<양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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