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경제개발시대에 부족한 산업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적극 추진된 것이 바로 저축장려운동이다. 산업설비나 사회간접시설 투자를 위해 해마다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투자비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소비를 억제하고 저축을 늘리는 수밖에 별도리가 없는 실정이었다. 「1인1통장 갖기 운동」이니 「올해의 저축왕」이니 하는 저축증대를 위한 다채로운 행사와 함께 사회 각 분야에서 저축에 모범이 되는 사례는 그 당시의 미담이었다.
최근의 소비절약 움직임은 과거로 회귀되는 것 같다. 일례로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는 이른바 「아나바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PC통신상에서 펼쳐지는 소비절약운동도 각양각색이다. 중학교 2학년 학생동아리인 「빛샘」의 경우 학습지나 학용품 물려주기 캠페인을 개최해 성과를 거두었으며, 주부동호회에선 「2천원으로 요리할 수 있는 식단정보」를 교환, 호응을 거두고 있다. 오래된 컴퓨터를 교환하고 물물교환하는 다채로운 행사도 관심을 끌고 있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내수업체들마다 예년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위축된 소비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내수가 때아닌 한파를 겪다보니 이에 따른 타개책으로 수출로 전환하는 업종은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다. 구매여력이 있는 소비층에서조차 주위 시선을 의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오직 소비를 위축하고 저축를 증대하는 길밖에 별도리가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급속한 소비절약으로 인해 내수기반이 위축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막무가내성 소비억제보다는 나름대로 검소한 소비문화를 진작시키는 것도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있게 거론되고 있다. 「저축을 늘리느냐」 「소비를 위축시키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는 이론(異論)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가뜩이나 어려운 가계를 꾸려나가는 이들에겐 그래도 행복한 고민이 아닐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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