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IMF한파와 에너지 기술 개발

崔壽鉉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 소장

국제통화기금(IMF)이라는 용어가 점차 익숙해지면서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가지 지혜와 정책 대안들이 제시되고 또한 실행되고 있으며 근검절약으로 다시 시작하자는 공감대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어 무척 다행스럽다.

당면한 IMF체제는 사전에 대비하지 못한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남겨 주었다. 그중의 하나가 에너지절약에 대한 재인식이다. 에너지는 우리 생활의 원동력이자 현대 산업사회를 지탱해 나가는 필수요소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부존된 에너지 자원이 빈약해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97% 이상을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작년의 경우 에너지 수입에 무려 2백70억 달러 이상의 외화를 지출해 외화난 극복에도 커다란 저해 요인이 되고 있다.

이번 외환위기는 총외채의 절반 이상인 단기외채에 대해 돈을 빌려준 국제금융기관들이 한꺼번에 상환을 요구해 오면서 빚어진 외환부족에 기인한 것이라 한다. 만일 에너지를 수출하는 자원보유국들이 한꺼번에 우리에 대한 에너지 공급을 대폭 줄이거나 중단한다면 어떠한 일들이 벌어질까? 생각만 해도 끔직한 일이다. 원유와 천연가스와 같은 주요 에너지는 세계적으로 매장량의 지역적 편재가 심하여 언제라도 무기화 소지가 매우 크다.

우리는 이미 두 차례의 에너지 파동과 걸프만 사태에 따른 에너지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절실히 경험한 바 있다. 에너지의 공급부족은 에너지 가격의 폭등을 초래할 것이며, 공급중단은 공장의 생산활동이 중단되고 거리의 자동차가 멈추는 등 어떠한 고통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사태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에너지의 자급도가 불과 3%도 안되는 우리에게는 에너지의 원활한 공급과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많은 정책 대안들이 추진되어 좋은 결과를 얻기도 하였으나 앞으로의 해결은 기술에의 의존이 더욱 커진다는 점이다.

에너지의 원활한 공급은 에너지 수입물량의 확보와 국산 에너지의 적극적인 개발로 가능하다. 수입물량의 확보는 에너지 수출국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국내 무연탄 이용기술과 태양에너지 또는 풍력과 같은 자연 에너지를 이용하는 대체에너지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함으로써 수입에너지의 양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길 뿐이다.

귀중한 에너지의 효율적인 이용은 외화절감에도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다. 즉,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10% 절약은 연간 약 30억 달러에 이르는 커다란 외화절감 효과를 얻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실내온도 낮추기와 같은 국민적인 노력도 매우 중요하나 각종 에너지 기기들에 대한 효율을 향상시키고 버려지는 에너지를 재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에너지 절약기술을 연구개발해 이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절전형 냉장고나 조명기구를 개발하고 열병합 발전과 같은 에너지 이용 효율이 높은 기술을 확대 이용하며 에너지 절약형 사회구조를 만드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최근 새로운 문제로 대두되는 세계기후협약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에너지 기술의 중요성이다. 이산화탄소(CO₂)에 대한 배출규제가 핵심인 기후협약은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인 석유, 석탄,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에너지에의 의존율이 85%를 상회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또하나의 태풍을 예고하는 것이다. 서둘러 대비하지 않는다면 소위 IMF체제에서 벋어나 겨우 한숨 돌릴 때쯤이면 이산화탄소 배출규제로 또다시 우리 경제가 휘청이면서 깊은 수렁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산화탄소 배출규제에 대한 대비는 역시 에너지효율 향상에 의한 에너지 절약, 무공해의 대체에너지 개발, 그리고 온실가스처리를 위한 에너지환경기술과 같은 에너지기술의 몫으로 남는다. 에너지 문제는 우리의 생존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되는 것으로서 더 이상 에너지문제의 심각성이 한때의 구호로 남아서는 절대 안된다.

에너지 절약에 대한 국민적 노력과 함께 에너지 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개발로 서둘러 대비해야 하는 것이 이번 IMF 사태가 남긴 또하나의 교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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