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겁고 두꺼운 졸업 앨범은 이제 그만!」
졸업, 입학 시즌을 앞두고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한 「추억 만들기」가 확산되고 있다. 멀티미디어PC와 디지털 카메라, 스캐너, 프린터 등의 보급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들 기기를 이용해 졸업 및 입학을 기념할 수 있는 CD롬 및 인터넷 홈페이지 제작이 보편화되고 있다.
90년대 후반들어 일어나기 시작한 졸업, 입학용 CD롬 제작 바람은 이제 전국의 거의 모든 대학으로 확산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대학들은 부피가 크고 무거운 졸업 앨범 대신 CD롬 등 전자앨범 제작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이는 물론 CD롬이 갖고 있는 이점에 기인한다. 기존 졸업 앨범이 기껏해야 졸업생들의 증명 사진과 이름, 주소밖에 담을 수 없는데 반해 CD롬은 상당히 많은 양의 사진을 실을 수 있다. 나아가 음성과 동화상까지 담을 수 있는 등 현장감있는 모습을 볼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졸업 후 변화된 졸업생들의 상황을 부가적으로 기록할 수도 있다.
CD롬 앨범을 받아본 졸업생들은 영상과 음성이 들어가 있어 사진 앨범에 비해 훨씬 사실적인 느낌을 준다고 입을 모은다. 사회에 진출한 선배가 졸업하는 후배에게 하고 싶은 말, 총장의 격려사 등이 실려 있다. 또 졸업생들이 4년동안 몸 담았던 학교 곳곳의 모습이 영상으로 담겨 있다. 입학부터 졸업에 이르는 학사 일정과 대학 생활의 추억을 담은 사진을 보여주기도 한다. 졸업 후에 대비한 동창회 기구와 조직에 대한 설명도 있다.
또 졸업생이 전화선과 모뎀이 설치돼 있는 PC를 갖고 있다면 CD롬 안에 있는 동창생의 주소를 마우스로 클릭, 전자 메일을 보낼 수도 있게 돼 있다. 게다가 데이터베이스, 편집 기능 등이 추가돼 CD롬 앨범의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CD롬은 보관도 간편하다. CD롬으로 앨범을 제작키로 한 학교들은 『졸업 앨범은 두껍고 무거워 졸업식 때 한번 보고 잘 보게 되지 않는다』며 『CD롬으로 졸업 앨범을 만들면 필요한 내용을 찾아보기도 편리해서 자주 찾게 된다』고 CD롬 앨범 제작을 환영하는 추세다.
이밖에 CD롬에 졸업생의 자기 소개서를 넣어 인터넷 웹사이트에 올려두면 인사 담당자가 필요할 때 찾아 보는 상시 채용의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으며 학교 전산망과 접속 기능을 추가해 졸업생과 학교와의 관계를 지속시킬 수도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이같은 CD롬 앨범을 보편화한다는 생각으로 학생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살리기 위해 CD롬 앨범 기획안을 공모한 뒤 학생들이 직접 제작을 담당하거나 실무적인 제작만을 전문 업체에 맡기는 경우도 늘고 있다.
전자 앨범 보편화의 배경에는 컴퓨터산업과 컴퓨터 세대의 성장에 따른 CD롬의 확산이 자리잡고 있다. 게다가 현대사회에서 졸업, 입학 등 각종 개인 기록물을 뭔가 다른 방식으로 저장하고 관리하려는 욕구가 늘고 있는 것도 CD롬 앨범 증가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졸업과 입학 외에 결혼, 환갑을 비롯, 어린이의 성장 과정을 1년단위로 묶은 뒤 CD롬 형태로 만들어주는 육아성장 과정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기업 홍보물, 자기 소개서 등에도 폭넓게 활용된다.
CD롬은 부피가 적어 휴대하기가 쉬울 뿐 아니라 사진을 영구 보관할 수 있고 주제별 정리도 가능하다. 또한 육성이나 일기장, 메시지 등을 사진과 함께 남길 수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졸업 앨범을 인터넷에 올리는 학교도 크게 늘고 있다. 졸업 앨범을 졸업생들은 물론 동문들이나 일반인이 검색할수 있도록 하자는 의도이다.
인터넷 졸업 앨범은 현재 학교 단위보다는 과단위로 이뤄지고 있다. 인터넷에 졸업 앨범을 올린 교원대 컴퓨터 교육학과와 충남대 화학과의 경우 졸업생의 사진은 물론 프로필, 음성, 전자 메일 주소 등이 담겨 있다. 화면에서 메뉴를 클릭할 경우 졸업생에 대한 인적 사항이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특히 현실에서의 주소에 비해 고정성이 높아 졸업생들이 사회로 나간 후에도 연락을 주고 받도록 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졸업생들의 전자 메일은 인터넷 앨범에서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인터넷 졸업 앨범은 현재 걸음마 단계에 있지만 홈페이지가 마련되지 않은 학교에서는 학교 홍보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서서히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이와 함께 인터넷의 확산에 따른 홈페이지 제작 붐에 힘입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CD롬이나 인터넷 홈페이지 앨범에 대한 반론도 있다. 인쇄물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 예를 들어 냄새, 촉감, 시각적 효과, 책장 넘김과 같은 감각적인 요소들이 없어 무미건조하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양의 정보를 담을 수 있고 검색하기도 편리하다는 점에서 CD롬, 인터넷 등 전자 앨범의 보급은 계속 늘고 있다. 사진으로 된 졸업 앨범이 추억의 한 페이지속으로 사라지게 될 날이 한발 한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허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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