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영웅과 기상이 게임과 만난다」
민족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한 게임이 잇따라 제작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게임업체들이 민족적인 소재와 시나리오를 게임에 적용하기 시작한 것은 소재의 빈약성을 탈피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국내 출시되고 있는 게임의 대부분이 「2천년대를 기준으로 한 가상의 시점에 지구를 지키기 위해 특공대가 나선다」는 등의 가상시나리오가 주류를 이루고 있고 사용자들은 이같은 게임 시나리오에 상당히 실증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외산 게임이 상당수이고 국산 게임 또한 미국, 일본 등의 캐릭터을 도용해 제작되는 등 게임판매의 주대상인 청소년들에게 정서상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게임개발업체들이 민족적인 소재를 찾아 나선 또다른 이유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라는 말에 걸맞게 민족 소재 게임은 국내는 물론 세계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민족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제작중인 게임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트리거소프트의 「장보고전」,클라리온소프트의 「8.15」, LG소프트의 「탈」 등을 들 수 있다.
이밖에 문화체육부가 이순신 장군 순국 4백주년을 맞이해 이순신 장군을 소재로 한 게임 개발을 추진중에 있으며 새론소프트웨어도 동양의 신비적인 요소를 바탕으로 한 롤플레잉 게임 「하늘의 비밀」을 개발하고 있는 등 민족을 소재로 한 게임 개발이 증가하고 있다.
트리거소프트(대표 김문규)가 다음달 초 출시할 예정인 「장보고전」은 9세기 해상왕 장보고의 활약상을 바탕으로 제작되고 있는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이다.
트리거소프트측은 장보고가 한국은 물론 일본, 중국에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쳤지만 아직까지 장보고를 자세히 알고 있는 청소년들이 적어 당시의 복장, 무기, 건물 모양, 사건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이같은 게임을 개발하기로 했다고 기획의도를 밝힌다. 이 게임은 「C&C」나 「워크래프트2」와 같은 게임방식을 도입하고 있지만 기존 전략시뮬게임이 유닛의 수량, 자원의 양, 마우스 조작의 빠름 등으로 승부를 좌우하는 경향이 있는 것에서 탈피,전략 및 전술구사가 승부의 중요한 열쇠가 되도록 설정했다. 또한 인터페이스, 유니트, 건물설정은 나름대로의 독특함을 지니고 있다.
클라리온소프트(대표 이재원)의 「8.15」는 일제시대 광복군의 활약상을 담고 있는 턴방식의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이 게임은 항일 무장 투쟁을 벌였던 유격대의 활약상과 당시 민족 해방운동의 선구자로 나선 주요 인물을 등장시킨다. 게임의 최종 목적은 당시 광복군이 단행하려고 했던 무장투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조국의 완전한 해방을 이끄는 것이다. 당시 광복군의 대일선전포고와 함께 준비됐던 대대적인 무장침공 작전이 계획대로 수행됐다면 종전 후 우리나라의 위치가 좀 더 나아졌을 것이라는 바람과 조국의 독립을 위해 바친 광복군의 영혼을 추모하고자 그 당시 진공작전 계획을 가상적으로 재구성해 게임제작을 결심하게 됐다는 것이 제작사의 설명이다. LG소프트(대표 이해승)의 「탈」은 환웅이 이끌고 내려온 환족의 세계를 그리는 등 민족신화를 바탕으로 제작되는 액션 롤플레잉 게임이다.
게임에 등장하는 배경이나 인물들이 민족고유의 의복과 집들을 재현하고 있으며 탈의 세계를 지켜온 비밀결사조직인 「삼족오문」은 고구려의 상징인 「세발까마귀」를 의미하는 등 민족적인 요소가 게임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이 게임의 배경음악은 국내 게임으로는 처음으로 국악이 사용될 예정이며, 지난 달 일본 니혼콜럼비아사가 개발에 참여하는 등 수출용으로 개발되고 있다.
<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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