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정보화로 "위기 탈출" 하자

許眞浩 아이네트 대표이사

외국 투자자들이 다시 서울로 돌아오고, 한때 아시아 최초의 채무 불이행국이 될 뻔했던 외환위기도 한 고비 넘긴 것으로 보인다. 또 무역수지가 지난해부터 흑자로 돌아선데 이어 매년 적자였던 1월마저 30억 달러 가량 흑자를 보이면서 남미 국가들과는 달리 이번 위기를 조기에 극복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실제 외환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달러를 벌어들이는 대외경쟁력이 얼마만큼 회복되었는가를 짚어본다면 아직 위기탈출의 길은 멀고 험하다. 실제로 이번 무역수지 흑자의 요인이 수입감소에 따른 것이지 수출이 늘어난 데 기인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로 기업과 온 국민은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권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은 기업에 자금압박 요인으로 작용, 비즈니스 활동을 위축하고 있고 국민들은 국민들 나름대로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와 늘어나는 대량 실업사태로 소비 자체를 줄이는 바람에 경기침체의 기운마저 감돌고 있다.

하지만 돌아보면,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민족이다. 세계인의 부러움을 샀던 지난 80년대의 기록적인 경제성장도 이면에는 1차 오일쇼크와 2차 오일쇼크의 고통스러운 나날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뼈를 깎는 고통이었지만 당시 우리는 1차 오일쇼크를 통해 에너지를 절약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게 되었고, 2차 오일쇼크로 고정환율에서 변동환율이라는 개념을 체득함으로써 80년대 우리 경제를 성장시키는데 필요한 체질개선의 원동력을 얻을 수 있었다.

현재의 IMF시대도 한편으로 생각하면 우리에게 낙관적인 결과물을 안겨줄 것이라 기대한다. IMF가 구제금융의 대가로 요구하고 있는 개혁조치들은 대체로 우리 스스로 시행했으면 더 좋았을 법한 프로그램들이고, 이런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수행은 국내 금융권을 비롯한 산업 전분야의 경쟁력을 제고하는데 일조하여 지난 80년대 못지 않은 성장을 2000년대에 이룩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여타 국내 산업전반이 이번 개혁을 통해서 확장 위주가 아닌 수익성과 경쟁력 중심의 기업경영, 투명한 기업경영이라는 수확을 얻어 세계시장에서 다국적기업들과 경쟁할 때 꼭 필요한 소양을 갖추게 된다면, 21세기 국가경제의 청신호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흐름은 정보통신업계에는 더할 나위 없는 호기를 가져다 줄 것이다. 정보통신은 정보를 취급하고 정보를 잘 유통시키는 것이 목표다. 따라서 IMF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경영 투명성의 확보는 정보의 공유, 정보를 이용한 기업경영 등 정보통신을 필수요건으로 부각시킬 것이다.

80년대 일본 제조업에 밀려 위기를 맞이했던 미국경제는 90년대로 들어서면서 서비스업으로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알려져 있듯이 여기에는 정보화가 가장 큰 뒷받침을 해주었다. 단적인 예로 미국의 보험회사와 우리나라 보험회사의 1인당 효율을 따져 본다면 미국이 몇 배 앞선다. 또 미국계 씨티은행의 경우 서울지점 하나의 순익이 국내 한 시중은행의 전체 순이익보다 많다는 집계도 있다.

제조업 부문에서도 이러한 국내 기업의 낮은 효율은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각 기업의 매출액 대비 임원진 숫자를 비교해 보면, 삼성전자가 일본 마쓰시타의 2배,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로닉보다 훨씬 많다는 보도도 있다.

이러한 낮은 효율로는 고금리의 IMF시대를 버텨나가기 힘들다. 따라서 업무효율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느냐가 기업의 존속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선진국의 경우 업무효율을 향상시키는 수단으로 정보화를 이용했다. 빠른 의사결정, 정보의 공유,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등 정보화에 따른 부산물로부터 기업경쟁력을, 나아가 국가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다.

우리는 정보화를 단순히 컴퓨터를 몇 대 도입하는 수준으로 생각하기 일쑤다. 정작 중요한 것은 업무의 각 과정이 정보화하면서 정보의 공유가 일어나고 빠른 업무의 흐름과 맞물려 원활하게 돌아가는 정보의 흐름을 통해 사원 개개인, 중간관리자 등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에 있는 데도 최고경영자들은 정보화를 PC도입에만 국한시켜 관련 예산를 삭감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 전반의 소비절약이나 금모으기 운동과 같은 국채보상운동 차원의 노력이 마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듯이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지금, 우리 기업들이 자칫 정보화에 소홀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앞선다.

이제 과감하고 단호한 정보화만이 지금의 금융대란을 극복하고 국제경쟁력을 제고하는 길임을 경영자들은 깨달아야 한다. IMF시대일수록 오히려 진정한 정보화가 가져올 효과를 직시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경영자원을 확보해 나갈 수 있도록 지금의 위기를 꿰뚫어 보는 대계의 자세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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