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너지는 "SW유통" 바로 세워야

소프트웨어(SW)산업을 밑에서 받치고 있는 분야는 유통이다. SW유통은 개발자와 최종 사용자(소비자)를 연결시켜 주는 고리다. 유통분야가 확고한 기반을 갖추고 있어야 SW산업이 발전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유통업체의 역할이 상품을 창조하는 개발사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강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극심한 경기침체로 사상 초유의 연쇄부도 사태를 겪어야 했던 SW유통업체들은 올들어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SW 시장수요가 얼어붙으면서 더욱 심각한 위기국면을 맞고 있다. SW 유통경기의 장기침체 현상은 유통구조의 왜곡현상과 SW개발업체들의 개발의욕 상실 등으로 그 파문이 확산되면서 전대미문의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마디로 국내 SW유통망은 과당경쟁과 출혈덤핑 사태로 거의 붕괴직전의 사태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정부가 「SW 유통활성화 방안」을 마련, SW 유통정보화 추진사업에 정보통신 설비구입 자금을 지원하고 SW유통업체와 개발업체의 컨소시엄에 대해 자금을 융자지원키로 하는 등 SW유통업계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키로 한 것은 비록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바람직한 조치로 여겨진다.

그동안 국내 SW유통체계는 직판, 도매, 소매, 번들판매 등으로 다양한 층을 형성해 왔으나 유망제품을 발굴하여 소비자에게 적정가격으로 제공하고, 소비자의 수요를 제품개발에 피드백하는 매개기능이 매우 취약했다. 즉 유통업체는 경영난과 재고부담으로 외국제품이나 일부 인기 품목만을 취급해 왔고 소매업체 등 전국적인 판매망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아울러 대다수 유통업체는 개발사와 제품을 인수하거나 번들로 계약하는 경우 지나친 가격인하를 요구해 SW개발업체의 불만을 사 왔다.

SW가격체계 역시 유통시에 합리적인 체계가 마련되지 않아 개발업체의 경영난과 소비자의 가격불신을 초래했다. 특히 일부 SW유통업체들은 싼 가격의 번들용 제품비중을 높이고 번들제품을 시중에 버젓이 팔아 개발자의 의욕을 무참히 꺾어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같은 유통체계 미비와 가격체계 붕괴는 결국 SW유통정보화의 부재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OS시스템이나 바코드 도입 등 SW유통업체들의 정보화가 음반 등 여타 매체분야에 비해 낙후돼 있는 것은 이들 업체들의 영세성과 오래된 무자료 관행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바꿔 말하면 우리나라의 SW유통은 「유통사는 존재하되 유통 그 자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기이한 가설이 통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보통신산업 전체가 날로 확대되고 근대화하고 있는 반면 SW유통은 오히려 전근대화를 치달았다는 얘기다.

이에 비해 유통선진국인 미국이나 일본은 SW유통체계가 성숙되어 채널별 경계가 명확하고 형태 역시 다양한 양상을 띠고 있다. 직판, 도매, 소매간의 역할분담이 명확하며 다양한 소매상이 분포되어 전국적인 유통망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개발 및 마케팅, 판매기능이 분화되어 개발사는 개발에 전념하고, 마케팅회사 및 퍼블리싱회사는 개발사의 제품기획과 최종제품화에 관여하며, 유통회사는 판매만을 전담하고 있다. 특히 마케팅회사가 개발사와 유통사간의 연계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SW 유통활성화 방안」 마련을 계기로 지난해부터 몰아닥친 유통망 붕괴현상이 유통체계뿐만 아니라 가격체계, 정보화 미비 등 여러가지 근본적인 문제가 결합돼 나타난 복합적 현상이라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SW유통업체가 개발자와 최종 사용자(소비자)를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SW유통체계가 되살아 나도록 공공기관의 SW예산 반영 및 조기집행을 유도하는 것은 물론 SW 불법복제 방지를 위한 지속적인 계몽과 단속, 법령정비 등 다각적인 지원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수 SW개발지원을 통해 시장수요와 연계된 SW개발을 적극 유도함으로써 SW 판매증진 기반을 조성하고 유통망의 활성화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우수한 개발력을 확보하고 있는 SW개발업체가 단지 개발자금 또는 마케팅력 부족으로 개발의욕을 상실한 채 도산하는 사태나 SW 유통업체들이 맞고 있는 위기국면의 해소는 시급한 대책이 아닐 수 없다. 그리하여 SW산업이 정보화의 핵심산업으로 자리매김을 해야 한다.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을 촉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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