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반도체 생산장비 자급률

이 세상에서 가장 작으면서도 복잡한 물건을 꼽으라고 하면 단연 초고집적회로인 메모리 반도체를 들 것이다. 엄지 손톱만한 크기의 반도체 조각에 수백만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했으니 보통사람들은 그 복잡함을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그러니만치 반도체를 만드는 데는 정밀한 제조공정을 필요로 한다. 회로를 설계한 다음 레이아웃하고 웨이퍼에 회로를 새겨 넣어 패키지해 완제품으로 만들기까지 약 20단계의 주요 공정을 거쳐야 한다. 공정마다 반도체 제조장비가 들어가는데 그중에는 한 대에 수십억원이나 하는 비싼 것도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든다.

동부그룹이 메모리 반도체 제조(FAB)사업에 진출하기로 하면서 투자하겠다는 금액이 무려 2조5천억원 규모다. 그 비용의 70%는 장비를 구입하는데 든다. 그런데 이러한 장비 대부분을 우리는 일본과 미국에서 수입한다. 가장 단순한 반도체 장비 중에 제진대라는 것이 있다. 화강석을 커다란 바둑판 모양으로 만든 것으로 반도체를 올려 놓고 가공하거나 검사하는데 사용된다. 잘 흔들리지 않는 작업대에 가까운 이것도 우리는 80년대 말 국내에서 만들지 못해 고가로 수입해야 했다. 당시 장비 자급률은 5%밖에 안됐다.

최근 반도체 핵심장비인 이온주입기, 스퍼터를 생산해 오던 베리안코리아가 미국 베리안사에 넘어갔다. 그동안 외국기술을 넘겨받아 장비 국산화에 선도적인 역할을 했던 베리안코리아가 결국 비상을 멈추고 날개를 접었다. 부품을 수입해야 하는 다른 장비업체들도 환율상승으로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공교롭게도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이같은 사실을 예상했는지 올해 반도체장비 자급률을 지난해 18%에서 크게 줄어든 14%로 전망했다. 그렇지 않아도 얼마되지않는 장비업체들이 생산을 포기하게 되면 우리는 다시 제진대도 수입해야 하는 10년 전 상황으로 되돌아가야 할지 모르겠다. 이럴 때일수록 반도체생산업체들이 국산장비를 적극적으로 채택한다면 장비업체들의 어려움은 크게 줄어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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