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디스플레이] 브라운관-LCD.PDP 등 좇고 쫓기는 "혈투"

미래 멀티미디어시대에 정보단말기인 디스플레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21세기 디스플레이의 왕관을 어떤 제품이 차지할 것인가.

지난 1백년 동안 디스플레이분야를 석권해온 브라운관이 21세기에도 디스플레이의 왕관을 쓰게 될 것인가. 아니면 디스플레이분야에서도 세대교체가 이루어질 것인가.

21세기를 얼마 남겨놓지 않고 있는 현재 디스플레이 기술이 다양하게 발전하면서 이같은 질문들이 제기되고 있다.

1897년에 발명된 브라운관은 제2차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디스플레이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했다. 2차세계대전중에 브라운관은 군사용 전자장치와 레이더 용도로 채택되면서 급속한 성장과 기술적인 발전의 토대를 쌓았다.

브라운관은 특유의 장점인 우수한 화질과 저렴한 가격으로 TV와 컴퓨터의 디스플레이로 장착되면서 오랫동안 부동의 위치를 차지해올 수 있었던 것이다.

연간 1백80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단단한 아성을 구축하고 있는 브라운관도 기술적으로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등 다양한 평판디스플레이(FPD)들의 도전을 받고 흔들리고 있다.

90년대들어서 LCD, PDP 등 여러가지 기술들이 상품화하면서 디스플레이부문의 선두주자인 브라운관의 뒤를 바짝 뒤를 쫓고 있는 추세. 업계에서는 현재 브라운관 이외에 10종류에 가까운 디스플레이 관련기술들이 개발되어 상품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브라운관을 대체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가운데 하나로 각광받고 있는 TFT LCD는 어느새 노트북PC시장의 대표적인 디스플레이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TFT LCD는 대형화면으로 기술진전이 빠르게 이루어지면서 난공불락으로 여겨지고 있는 데스크톱PC용 모니터의 주류인 컬러모니터용 브라운관(CDT)시장을 넘보고 있다.

또한 PDP는 지난 1985년부터 상품화하기 시작해 화면의 두께를 줄이는 대신 크기를 대형화하는 기술개발이 이루어고 있다.

이미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일본 메이커들이 주도적으로 제품을 내놓고 있는데 후지쯔를 비롯해 NEC, 마쓰시타, 파이어니어, 미쯔비시 등이 대형 PDP의 개발과 생산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PDP 이외의 다양한 프로젝터 시스템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벨기에의 프로젝션 시스템 개발업체인 바르코는 LCD기술을 이용, 초당 2억픽셀을 처리해 밝은 조명 아래에서도 고해상도 화면을 제공하는 초고해상도 그래픽 프로젝터 시스템인 「리얼리티 9200」을 선보였다.

일본 JVC도 LCD프로젝션 기술을 응용, 고선명(HD)TV 화면표준이나 S-XGA 컴퓨터에 버금가는 해상도를 낼 수 있는 「다이렉트 드라이브 라이트 앰플리파이어(D-ILA)」를 발표했다.

또 다른 프로젝션 기술로는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에서 발표한 DMD도 있다. TI사는 발원체가 알루미늄 거울표면에 빛을 비추면 렌즈를 통해 빛을 모은 거울이 동영상 이미지를 밝게 스캔하는 원리를 적용하고 있다. 이 제품은 밝고 매우 높은 선명도를 제공하나 램프수명이 2백50∼5백시간으로 비교적 짧을 뿐 아니라 쿨링팬의 소음수준이 다소 높은 것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이외에도 레이저나 홀로그램을 이용한 3차원 프로젝터 시스템도 빠르게 현실화하고 있어 디스플레이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FED(Field Emission Display)와 LCD, PDP 등 첨단 디스플레이제품들이 지난 1백년간 디스플레이분야에서 독주해왔던 CRT, CDT 등 기존 브라운관의 뒤를 무섭게 뒤쫓으면서 이제 디스플레이분야에서 우열을 가르기가 쉽지 않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0월초에 열렸던 일본 전자쇼에서는 디스플레이분야의 세대교체바람이 그 어느 때보다 거세게 불면서 브라운관의 1백년 시대가 마감되고 디스플레이분야도 군웅할거시대에 접어들었음을 뚜렷하게 보여주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디스플레이의 세계시장은 3백억달러. 브라운관 대 비브라운관의 비중이 6대4 정도로 브라운관의 절대우위가 무너져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오는 2000년대에 가면 이 비중이 역전돼 비브라운관 계열의 시장이 브라운관시장보다 커지게 될 것으로 업계 관계자는 전망하고 있다.

이렇게 되자 브라운관의 경우 시장을 지키기 위해 기술개발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컬러TV용 브라운관(CPT)의 경우 디지털방송의 등장에 따라 대형화와 고정세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으며 CDT는 멀티미디어의 수요에 대응한 기술들을 채용하고 있다. 브라운관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업체들을 보면 이같은 경향을 읽을 수 있다.

소니는 패널의 수직과 수평이 완전 평면이면서도 종래의 방폭강도를 실현한 28인치, 32인치 FD Tritron관을 선보이고 있으며 마쓰시타도 화면곡률을 3.5R로 개선한 HDTV용 32인치, 36인치 HD CRT를 내놓고 있다.

도시바에서는 17인치와 19인치 마이크로 필터관을, NEC는 격자형 마스크와 다크틴트 패널을 채용한 표면에 AEST를 처리한 15인치와 17인치 크로머클리어EX관을 개발했다. 브라운관의 수성을 무너뜨리기 위한 FPD제품의 공세도 또한 만만치 않다. LCD는 대화면과 고정세화로 급속히 움직이고 있다. 노트북의 디스플레이로 주로 움직여왔던 데서 벗어나 데스크톱PC로 이행하고 있는 중이다. 호시덴의 경우 워크스테이션용 22.9인치까지 개발, 상품화했다. STN급의 제품도 샤프사에서 17.7인치 제품을 개발했다.

일본업체들은 현재 나가노올림픽에서 PDP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PDP분야의 가장 큰 문제점인 선명도와 휘도면에서 많은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FED는 저소비전력, 고속응답, 광시야각, 내환경성 등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어 차세대를 주도할 FPD로 주목받고 있다.

FED도 카내비게이션이나 휴대형 의료기기, 차량용 TV 등으로 주로 사용되며 다른 FPD에 비해 콘트라스트가 높기 때문에 차량용의 경우 LCD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될 정도다.

과연 FPD시대가 오고 브라운관시대는 끝나는가. 이에 대한 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브라운관의 영화는 예전같지 않겠지만 당분간은 리더 자리를 놓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TV용 브라운관으로 쓰이는 CPT는 전기신호를 전자빔으로 전환, 형광면에 쏘아 광학상으로 변환해 표시하는 장치로 품질과 가격대 성능비가 우수한 장점을 살려 TV용의 주요 디스플레이로 변함없이 사랑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화면이 커지면서 크기도 25, 27, 30인치 등으로 다양화하고 있고 가로와 세로 비율도 기존 4대3에서 16대9로 늘어난 광폭TV용도 출하되고 있다.

CPT는 또한 주사선수를 2배, 화소수를 세로 2배, 가로 2.5배 늘린 고해상도 제품도 생산되고 있고 형광면에 3원색 컬러필터를 부착해 밝기를 30% 이상 향상시킨 제품도 선보이고 있는 등 디스플레이부문에서 상당기간 주류를 이룰 전망이다.

디스플레이시장은 오히려 수요층별로 세분화하면서 적합한 디스플레이들로 시장을 형성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21세기의 디스플레이시장은 브라운관과 LCD, PDP의 3각구도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운관은 20∼40인치대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LCD는 20인치 이하에서 브라운관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PDP는 초박형으로 대형화면을 이룰 수 있다는 장점을 살려 40인치 이상의 대형시장에서 브라운관보다 우위에 설 것으로 보인다.

이 점과 관련, LCD의 경우 FED와의 경쟁이 남아 있어 약간의 변수는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당분간 20인치 이하의 디스플레이시장에선 LCD가 주력으로 장착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따라서 21세기 디스플레이시장에서 왕관은 여전히 주인을 기다리면서 비워져 있을 것이다.

【원철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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