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수출로 전자산업 "弗길" 끈다 (2);정보통신

「통신단말기로 달러사냥에 나선다.」

국제통화기금(IMF) 탈출구의 유일한 대안으로 수출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통신단말기의 수출이 효자노릇을 톡톡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이동통신 단말기나 무선호출기(삐삐), 무선전화기 등의 기술력이 이미 미국 등 선진국에 버금가는 실정인데다 달러강세로 가격경쟁력 또한 급속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LG정보통신 등 국내 대부분의 통신기기 제조사들이 올 사업을 내수보다는 수출에 비중을 더 주겠다는 전략도 알고 보면 당연한 결과다.

올 단말기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이는 분야는 디지털 휴대폰과 개인휴대통신(PCS) 단말기 등 CDMA 이동통신단말기다.

지난 96년 4월 첫 상용서비스를 개시한 이래 현재 가입자가 5백만명을 넘어서는 등 「CDMA 강국」으로서의 이미지를 굳히고 있는 상황에서 거대시장인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 브라질 등 TDMA기술을 채택하고 있는 국가조차도 CDMA기술을 잇달아 채택, 수출문호가 점점 대폭 넓어지고 있는 것에 따른 것이다.

이를 입증하듯 국내 CDMA 제조사들은 올 수출실적을 어림잡아 7백만대 21억5천만달러 이상은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같은 수치는 지난해에 비해 대수로는 7백%, 수출액은 무려 6배이상 늘어난 것으로 국내 제조사들로서는 올해가 「CDMA단말기 수출본격화의 원년」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지난 해 디지털 휴대폰 및 PCS 단말기 50만대와 20만대를 수출해 총 2억5천만달러 상당의 실적을 올린 삼성전자는 올 수출물량을 지난 해에 비해 5배 가량 늘어난 3백50만대 10억달러어치를 내다팔기로 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 분야를 앞으로 수출주력 상품으로 육성키 위해 미국, 홍콩 등에 이어 중국, 브라질, 칠레 등으로 수출지역을 늘리는 한편 전체 CDMA단말기 생산물량 가운데 수출비중을 55%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미국 GTE사 10만대 등 지난해 CDMA 디지털 휴대폰으로 30만대 1억1천만 달러어치를 수출한 LG정보통신 역시 올해에는 디지털 휴대폰은 물론이고 PCS단말기를 포함해 총 2백만대 8억달러 상당의 수출실적을 올릴 예정이다. 수출지역도 미국위주에서 탈피해 남미, 중국, 홍콩 지역 등으로 다양화한다는 전략이다.

CDMA 관련 단말기의 해외수출에 본격 나서는 현대전자도 올 디지털 휴대폰 30만대, PCS단말기 20만대 등 총 50만대의 CDMA 관련 단말기를 수출해 2억달러의 매출실적을 올리기로 했으며 맥슨전자도 디지털 휴대폰과 PCS단말기 10만대를 수출해 3천만 달러 상당의 실적을 올리기로 했다.

이밖에 올 CDMA와 관련, 단말기시장에 첫 진출하는 엠아이텔, 팬택, 스탠더드텔레콤 등 후발 제조사들도 내수시장 개척과 더불어 올 1억2천만달러의 수출실적을 거둘 것으로 보여 CDMA 관련단말기의 해외수출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국내 제조사들이 이같은 목표치를 달성키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바로 로열티문제다. CDMA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퀄컴사에 지급해야 할 로열티가 회사마다 다르지만 대략 내수용 5.25%보다 더 많은 5.6∼5.7%에 이르러 국내 제조사들에는 상당한 짐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군다나 CDMA 최대시장인 미국시장에 수출되는 모델의 경우 아날로그, 디지털 겸용으로 기존 아날로그분야의 기술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모토롤러, 루슨트테크놀로지 등이 국내 제조사들의 공세에 맞서 4%의 로열티를 지급해 주도록 요구해놓고 있어 「발등에 불」이다.

만약 이들 외국사의 요구를 국내 제조사들이 수용할 경우 수출용 단말기에 수반되는 로열티가 단말기원가의 10%를 넘어서 결과적으로 국내 업체들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주요 부품의 국산화도 CDMA단말기 수출확대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다. CDMA 상용서비스 개시 2년이 임박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주요 핵심부품인 MSM(Mobile Station Modem)칩 등이 개발되지 않아 퀄컴사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등 결과적으로 국내업체들의 수익성을 떨어 뜨리고 있다.

외국 경쟁사들의 무차별 가격인하 공세에 적극 대처할 방안마련도 시급하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국내 제조사들이 고품질과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미국시장 공략을 본격화하자 소니, 노키아 등이 한발앞서 가격을 인하하는 등 국내 제조사들의 시장진입을 가로막고 있느 것으로 알려져 수출확대의 걸림돌이다.

CDMA이통통신 단말기 못지않게 올 수출전선에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유럽형 디지털 이동전화(GSM) 단말기다.

국내에서는 공급되지 않아 다소 생소하나 미국, 유럽 지역에서 널리 공급되고 있는 이 단말기의 수출시장이 오히려 CDMA단말기 수출시장보다 더 큰 편으로 국내 제조사들이 강력한 수출정책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 맥슨전자 등이 이미 지난 해 초부터 관련 단말기를 수출하고 있으며 스탠더드텔레콤, 팬택 등 중소통신기기 제조사들도 올해부터 본격 수출에 나설 예정으로 있어 연말에 가서는 상당수의 수출실적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것 역시 로열티가 수출을 가로막고 있다. 이미 국내 선발업체인 삼성전자, 맥슨전자를 상대로 모토롤러, 필립스 등이 로열티 공세를 펼치고 있으며 승소할 경우 다른 제조사들에도 같은 조치를 취할 것이 확실시돼 국내업체들이 대책마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들 업체들의 로열티 요구를 수용할 경우 이 분야의 관련특허를 가지고 있는 업체들이 줄잡아 6,7개사에 이르러 로열티로만 10%가 넘어 사실상 수출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고 크게 우려하고 있다.

삐삐 역시 수출효자상품으로 각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수출주도 기업은 단연 중소 제조사들이다. 그간 내수시장에서 쌓아온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출에 나설 경우 해외시장 개척의 선봉장으로 자리를 잡을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엠아이텔의 경우 올 매출목표치 1천2백억원가운데 중국과 대만지역을 대상으로 삐삐 등을 수출해 4백억 정도를, 스탠더드텔레콤은 8백40억원, 팬택은 2백85억원을 각각 거둬 들이기로 하고 시장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후발 제조사인 델타콤도 3백억원의 매출실적을 달성하는 것을 비롯해 와이드텔레콤 2백80억원, 텔슨전자는 4백80억원을 목표치로 삼고 있다.

이밖에 올해 통신단말기분야에서 새로운 수출유망 품목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 4백㎒대역 FRS(Family Radio Service)무전기와 무선전화기 등이다.

특히 FRS무전기의 경우 맥슨전자, 메이콤, 텔슨정보통신 등 국내 무전기 업체들이 오는 4월 국내에서도 도입될 4백㎒대역 제2형 생활무전기와 같이 허가없이 누구나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어 수출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달러강세의 여파로 국내 무전기 업체들의 대외경쟁력이 회복돼 현재로서는 수출물량 확보에는 애로가 없는 편』이라고 밝히고, 『올해 FRS무전기의 수출예상치는 지난 해 30여만대 1천만달러어치에 비해 세배 이상 늘어난 1백만대 3천만달러를 훨씬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지역에 FRS무전기를 본격 수출하고 있는 맥슨전자는 올 수출치를 지난해 30만대 1천만달러보다 50% 가량 늘어난 45만대 1천5백만 달러로 확정하고 딜러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미국시장에 3천대 20만달러어치의 FRS무전기를 수출했던 메이콤 역시 올해에는 4만대 2백50만달러 상당을 수출키로 하고 제품 고급화와 더불어 거래선을 다양화할 방침이다.

지난해말 FRS무전기를 개발, 올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수출에 나설 텔슨정보통신은 올 미국 수출물량을 30만대로 확정하고 뉴욕소재 지사인 텔슨아메리카와 현지 판매법인인 텍사를 통해 자가브랜드 위주로 수출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FRS무전기가 이처럼 수출유망 상품으로 급부상함에 따라 우진전자통신, 승용전자, 아함전자, 에어텍정보통신 등의 업체들이 잇따라 수출에 나설 예정으로 있어 선, 후발업체들간 수출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유럽형 디지털무선전화기(DECT)의 수출도 올해를 기점으로 기지개를 펼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미래통신, 대우통신 등 국내 업체들의 지난해 수출실적은 미미했으나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수출공세를 펼칠 경우 올 1천억원 이상의 매출은 충분히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이 분야의 기술력이 낮아 앞으로 상당한 기술개발이 뒤따르지 않고서는 선진국 진출을 낙관하기에는 이른 편이다.

이같은 단말기들은 그나마 어느정도 수출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다행이다. 국내에서 상용서비스되고 있는 무선데이터통신, 시티폰, 주파수공용통신(TRS) 등의 단말기는 당분간 수출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 보인다.

무엇보다도 국내 원천기술이 없어 주요 부품등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국내 상용서비스 역시 지지부진해 수출로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IMF시대에 수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단지 국내 업체들이 마구잡이식으로 수출전선에 뛰어 들다보니 국내 업체들끼리의 과당 덤핑경쟁이 적잖이 유발돼 공동브랜드로 진출하는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출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김위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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