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 살리는 금융 안정화대책

정부는 최근 기업의 자금지원 활성화를 골자로 하는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마련, 부도기업의 속출을 막고 기업 자금사정 개선에 적극 나섰다. 3월 금융대란설로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발표된 이번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화대책은 한마디로 살인적인 고금리현상을 완화하고 기업의 자금난을 최대한 해소하겠다는 것으로 정부는 은행권의 제도개선을 적극 유도하는 한편 기업부도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런 점에서 주로 종금사가 맡아오던 기업어음(CP) 할인업무를 은행, 증권, 투신 등 다른 금융기관에 확대허용하고 외국인에게 기업어음시장을 개방하며 특히 중소기업이 발행한 CP에 대해 산용보증기관의 보증활성화를 적극 유도하기로 한 것은 기업의 자금난 해소 특히 중소기업의 심각한 자금난 해소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증권사에 대한 CP 단위금액의 제한, 원화환율의 구조적인 불안정, 특히 중소기업이 발행한 CP의 규모 등 여러가지 여건을 감안할 때 큰 기대를 갖게 하기에는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또 대기업의 1년짜리 회사채 발행이 허용되면 우량 대기업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중견, 중소기업들에게는 자금난 해소에 별로 도움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간과할 수 없다. 금융기관들이 금융긴축 기조 아래서 신용위험이 큰 업체들의 채권매입을 극도로 꺼리고 있기 때문인데 이러다간 자금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화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사실 금융구조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으로 붕괴된 자금시장의 복원은 시급하다. 군사정부의 서슬이 시퍼렇던 시절에는 관치금융으로 일관, 행정부의 시녀역할을 도맡았으며 문민정부 시절에는 정경유착의 매개체로 변질되어 국민과 일반기업의 지원보다는 권력의 한 축으로 군림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부실 대기업에 대한 무모한 자금대출로 국민의 소중한 부를 오용, 결국 IMF사태를 유발시킨 장본인인 금융권은 IMF체제를 맞자 일반인에 대한 자금대출을 전면 중단, 흑자기업의 도산과 선량한 시민들의 경제파탄을 초래하고 있다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정부와 IMF가 자기자본비율 8%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을 요구하자 은행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대출을 중단했다. 「나부터 살고보자」는 보신주의의 발로에서다. 이에 따라 알토란 같은 국내 중소기업들이 눈뜨고 흑자도산을 당하고 있다.

국내 부도업체수는 지난해 11월 1천5백개에서 12월에는 3천2백개, 올해 1월에는 3천4백개로 늘어났으며 2월 들어서는 하루 부도업체수가 전월대비 2배나 늘고 있는 추세다. 금융대란설까지 나돌고 있는 3월경 총 20조원에 가까운 CP의 만기가 돌아오면 또 얼마나 많은 중소기업들이 쓰러질지 두려운 실정이다.

특히 그동안 국내 수출을 주도해 왔으며 IMF체제 탈피의 버팀목이 될 전자, 정보통신 산업의 경우 은행들의 신용장 개설 거부와 무모한 자금회수 및 벤처기업에 대한 자금중단으로 회복의 싹마저 자르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다. 이에 따라 전자산업의 근간인 중소부품업체와 유통업체의 도산이 줄을 잇고 있으며 반도체 브라운관 등 불황일수록 대규모 시설투자가 요구되는 핵심 주력 수출품의 경우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 미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은행이 자금줄을 막고 신용장 개설을 거부하니 원자재가 수입될 리 없고 이로 인해 모처럼 맞은 수출호기를 놓치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들은 아직도 복지부동이다. 신용장 개설을 유도하는 정부의 지시도 소귀에 경읽기다. BIS문제가 일단 해결조짐을 보이자 은행은 무모한 금리경쟁으로 달려들어 국내 기업을 지원하기는커녕 오히려 자금압박을 부채질하고 있다. 금리체계는 무시하고 연 40%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협조융자 금리를 기업에 요구하고 있으며 수출환어음 담보대출 등 무역금융과 한은에서 연 5%대로 빌려오는 총액한도 대출도 연 30%로 올리는 등 도리어 「돈장사」로 일관하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이번 조치를 계기로 은행들은 구태의연한 금융관행을 하루빨리 청산해야 한다. 변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중에서도 살인적인 고금리 구조는 하루빨리 개선해야 할 시급한 과제다. 은행들의 환골탈태로 어려운 국가경제와 중소기업을 살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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