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정보통신업체들의 경영권 방어에 초비상이 걸렸다. 새 정부가 국내기업에 대한 외국인의 적대적 인수, 합병(M&A)을 전면 허용키로 했고 또 외국투자가들이 노리는 제1 투자업종이 전자, 정보통신업종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10% 이상 취득하려면 이사회에 사전승인을 받아야 했으나 개정된 외자도입법이 이번 임시국회를 통과하면 그 한도가 33%까지 높아져 외국자본의 국내유입을 막고 있는 빗장이 풀리는 것이다. 이제 상장된 기업이라면 「정글의 법칙」에 전면 노출된 상태다. 시장원리에 놓여지게 된 상황이다.
외국인이 이사회 사전승인없이 취득할 수 있는 지분한도를 33%로 규정한 것은 지분율 33%가 주주총회에서 특별결의를 할 수 있는 기준요건이가 때문이다. 정관변경이나 영업의 양수, 이사 또는 감사의 해임, 합병계약승인 등 특별결의가 필요한 주요사안은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1이상 확보해야 가능하다. 이사해임은 특별결의사항이지만 이사선임은 25%이상 지분을 확보하면 가능한 보통결의사항이어서 외국인이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도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개편된 이사회로부터 주식취득에 대한 사전승인을 받으면 절대과반수인 50%이상 주식매입도 가능해진다. 그만큼 상한선 33%설정으로 적대적 M&A를 저지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외국인에게 이사선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기존대주주가 외국인보다 지분이 많아야한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삼성전관, 아남산업, 메디슨,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우량 전자, 정보통신업체들의 대주주지분이 30%에도 못미친다. 국제통화기금(IMF)한파로 지금은 고금리상황이어서 대주주들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금력은 한계상황이다. 그만큼 적대적M&A에 대한 대응전략은 무방비 상태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대적 M&A는 이제 전자, 정보통신업계에게 있어 발등의 불이다.외국인 투자가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는 업종이 전자, 정보통신인데다 특히 영업망이 충분히 구축돼 인수합병의 실익이 큰 까닭이다. 대우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가들은 이미 지난 1월 한달동안 삼성전관, 대우통신, LG전자, 삼성전자 등 국내 대표적인 전자, 정보통신업체들의 주식을 거의 무차별적으로 매입해 지난 3일 현재 이들 회사의 외국인 주식 보유율이 25∼40%선에 육박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외국투자가들이 이처럼 전자업계의 주식을 매입한 것은 1차적으로 시세차익을 목적을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년동안 원화의 가치가 각각 절반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외국 투자자 입장에서 국내 주가는 1년전에 비해 4분의 1수준으로 폭락한 셈이어서 적은 자금으로 많은 주식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극단적으로 말하면 삼성전자의 경우에도 5일 현재 시가총액이 약 8조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약 27억 달러의 투자로 총 주식의 50%를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상장된 전자, 정보통신업체들의 외국인 주식비율을 보면 SK텔레콤은 외국인 투자한도(33%)가 이미 오래전이다. 올들어 외국인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삼성전관은 외국인 지분이 지난 3일현재 40.82%, 삼성전자 35.3%, 대덕전자 26.34%, LG전자 23.59% 등이다.
외국투자자들이 눈독을 들이는 업체는 이뿐만아니다. 첨단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거나 개발중인 유망 벤처기업까지 사냥에 나서고 있다. IMF체제이후 극도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벤처기업들로선 자금에 숨통을 틀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처럼 적대적 M&A의 장점은 많이 있다. 외국기업과 합병이 될 경우 경영의 투명성제고 등 경영방법이 선진화될 수 있고 또 기술을 쉽게 도입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싼값에 샀다가 경영이 호전될 경우 되파는 형태의 시세차익만 보고 투자하는 경우이다. 이때 경영주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또하나는 경영권을 장악할 경우 우리기업이 개발한 핵심기술이 유출될 수 있는 것이다. 이같은 우려는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외국투자가들은 우수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를 중심으로 투자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현재 전자, 정보통신업체들이 적대적 M&A를 우려하는 것은 경영권 간섭과 기술유출 때문이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전자, 정보통신업체들은 적대적 M&A대책반을 가동, 매일 외국인 투자동향을 체크하는등 방어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그렇다고 내실없는 기업들은 무조건 방어할 것도 아니다. 외국선진업체와 제휴한다는 자세로 적대적M&A에 임해야 한다.
<서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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