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도매업체들의 잇따른 부도로 음반유통시장이 큰 혼란에 빠졌다. 작년 11월부터 올 1월까지 동양레코드,국도레코드,명곡사 등 중견 도매업체들이 차례로 부도 및 폐업한 데 이어 지난 2일 대일연합통상이 쓰러지는 등 제작사와 소매상간 연결고리가 무너져 음반물류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
신나라레코드,탑뮤직,웅진미디어 등이 그나마 안정적이지만 나머지 업체들의 부도로 인한 충격을 흡수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연매출 2백억원대로 국내 음반도매시장의 10%대를 점유해온 대일연합통상(대표 이광용)이 최종부도 처리됨에 따라 관련시장은 빠르게 경색되고 있다.
최근 대일은 경기불황에 따른 음반시장의 경색으로 사업이 부진한 데다 거래 은행들의 채무상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부도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대일의 부도로 국내에 진출한 5대 음반직배사들이 약 15억원의 피해를 입는 등 국내외 음반제작사들의 피해액이 30억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음반직배사 및 국내 제작사들은 대일과 관련한 재고정리에 들어가 물품(음반)을 회수하고 있으나 채권의 금전적 회수는 거의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일 등 음반도매업체들의 잇단 부도는 제작사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음은 물론 음반물류가 「단절」됨으로 인한 연쇄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이들의 부도에 따른 음반유통상의 공백을 대체할 공급선이 없어 제작사는 물론 소매상들까지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소니뮤직코리아의 정태환 이사는 『이번 사태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으나 아직 직거래 체제가 정착되지 않은 상태인데다 대형 물류센터를 보유한 공급(도매유통)업자도 없어 막연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음반유통업계의 혼란에 따라 현존하는 제작사 및 직배사들이 직접 음반유통을 시도하거나,대기업들이 음반유통업에 진출함으로 인한 시장재편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제작사와 직배사들은 도매업체 몰락에 따른 자구책으로,대기업은 음반 관련사업 확장의 적기로 이번 국면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시장혼란기를 틈타 새로운 음반도매업 주도세력이 등장할 지,기존 업체들이 다시 일어서게 될 지 주목된다.
<이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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