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컴팩 "디지털" 96억 달러에 인수

세계 최대의 PC업체인 미국 컴팩컴퓨터가 디지털이퀴프먼트를 96억 달러에 인수합병했다고 밝혔다.

주요 외신보도에 따르면 컴퓨터산업 사상 최대규모인 이번 합병을 위해 컴팩은 48억 달러를 현금으로 지불하고 1억5천만주의 일반주를 신규로 발행할 예정이다.

이로써 컴팩은 연간 매출규모 3백75억 달러로 IBM에 이어 2위인 초대형 컴퓨터업체로 부상하게 되며 이에 따라 시장판도에도 일대 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컴팩의 에커드 파이퍼 회장은 공식 발표를 통해 디지털이 지난 40년 동안 다져온 고객과의 관계에 큰 가치를 둔다고 설명하고 그동안 글로벌 서비스 부문은 물론 64비트 알파칩, 오픈VMS, 디지털 유닉스 및 윈도NT 엔터프라이즈 시스템, 스토리지, 소프트웨어 제품 등 디지털의 전략사업을 꾸준히 지원해옴으로써 컴팩은 이미 디지털 고객층과의 관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 놓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현지 언론은 컴팩이 이번 인수를 통해 디지털의 하이엔드 유닉스 서버기술과 전세계에 퍼져 있는 디지털의 서비스조직 및 기술력을 그대로 이용하게 됐다는 데 핵심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자체적인 서비스지원 조직을 갖추지 못한 컴팩은 그동안 디지털과 아웃소싱 계약을 맺고 이 부문을 위탁해 왔는데 이번 인수로 기업 이윤에서 점차 중대한 비중을 차지해 가고 있는 컨설팅 서비스사업을 완벽히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또 향후 양사간의 조직과 경영구조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디지털의 PC사업부가 컴팩에 흡수되면서 없어지고 영업 및 마케팅조직도 축소될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내다보고 있다.

지난 94년 세계PC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면서 급성장해 온 컴팩은 이를 발판으로 오는 2000년까지 매출규모 5백억 달러의 종합 컴퓨터업체로 부상한다는 목표 아래 그동안 관련업체와의 제휴 및 인수를 통해 규모 확대에 주력해 왔다.

지난 95년 토머스콘래드 등 네트워크 장비업체 인수와 지난해 6월 메인프레임, 서버업체인 탠덤컴퓨터를 30억 달러에 인수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디지털 합병이 이러한 노력의 결정판이 될 것이라고 관련업계는 분석했다.

한편 컴팩의 자회사로 흡수되는 디지털은 지난해 8월 프린터 사업부를 제니콤에 넘긴 데 이어 10월에는 인텔과의 특허분쟁 타결조건으로 알파칩 제조 및 개발부문을 인텔에 7억 달러에 매각했고 11월에는 네트워킹사업부를 4억3천만 달러에 케이블트론에 매각하는 등 전반적으로 사업을 정리해 왔다.

<구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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