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년간 세계적인 전지업체인 에버레디의 강세가 두드러졌던 국내 1차전지 시장이 지난해말 불어닥친 고환율 태풍과 IMF체제 출범을 계기로 그동안 수세에 몰렸던 로케트전기와 듀라셀의 역공으로 인해 새롭게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96년 한국에 지사(에너자이저코리아)를 설립하며 선진화된 마케팅기법과 「에너자이저」란 히트브랜드를 바탕으로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확대해온 에버레디가 지난해말 환율이 2배 가까이 치솟으면서 심한 환차손과 함께 가격경쟁력 하락으로 주춤하고 있다. 반면 국내 최대의 1차전지업체인 로케트전기와 지난해 서통의 「썬파워」브랜드 및 영업조직을 전격 인수, 최대 라이벌인 에버레디에 내준 失地회복의 기회를 엿보던 듀라셀은 최근 영업조직을 재정비하고 대대적인 물량공세에 나서고 있다.
듀라셀, 에버레디 등 다국적 공룡기업들의 협공에 밀려 거의 40%에 육박하던 시장점유율이 최근 몇년새 뚜렷한 하향곡선을 그렸던 로케트전기는 환율상승으로 가격경쟁력이 더욱 높아진 데다 「로케트」브랜드가 IMF체제를 맞아 국산품 애용운동에 따른 이미지 상승효과로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보고 수요업체와 연계, 다양한 판촉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듀라셀 역시 환차손 부담이 결코 만만치 않지만 지난해 국산 브랜드인 「썬파워」와 조직망을 인수, 「듀라셀」브랜드와 묶어 양면전략 구사가 가능한 데다 주요 전지를 서통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조달함으로써 고환율 태풍을 피해갈 여력이 충분해 유독 한국에서 상실한 세계 최대 1차전지업체란 명성회복을 위해 대공세에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에버레디는 환차손 부담이 워낙 큰 데다 순수 국산 브랜드인 「로케트」의 공세가 심해 환율이 적정 수준에서 안정을 찾을 때까지 당분간 20%대의 기존 시장점유율 유지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에너자이저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고환율로 환차익이 워낙 커 20%의 가격인상을 고려하고 있으나 조직재정비, 홍보비 등 비용최소화 외엔 뾰족한 대안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간 에버레디의 초강세가 이어졌으나 IMF태풍으로 이미 올초부터 로케트의 강세가 두드러지는 등 1차전지 시장의 판도변화 조짐이 강하게 일고 있다』고 전제하며 『올해는 특히 주력시장인 무선호출기를 비롯, 국내 1차전지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여 로케트 등 국산 브랜드의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중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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