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우용(梁祐溶) 유닉스훼미리 사장
지금 우리 중소기업은 그야말로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물론 재벌그룹, 대기업도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예외가 아닐 듯싶다.
중소기업은 자신의 특화된 전문영역을 갖고 그 분야에서 나름대로 경쟁력을 가지면서 성장해 왔다. 이런 경쟁력을 바탕으로 몸집이 가벼운 장점을 살려 상황에 빨리 대처하고 좀더 유동성있게 움직여 나갈 수만 있다면 중소기업은 더할 나위 없이 가능성 있는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에는 경쟁력이 높고 탄력적이면서 진취적인 중소기업들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특히 제조업은 사업규모가 영세한 데다 낡은 생산구조와 높은 생산비용 때문에 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져 중소제조업체들의 입지는 더욱 약화돼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자가 브랜드로 자체 유통망을 가지면서 시장을 개척하는 일은 더 더욱 어려워지고 내수가 뒷받침되지 않아 수출시장도 못 뚫고 발만 동동구르는 기업들도 많았다.
최근 국내에는 산업구조 개편이라는 이슈가 최대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기업도 주력업종을 정해 집중하고 무분별하게 중복투자할 것이 아니라 빅딜을 통해 좀더 가능성 있는 업체로 몰아주자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한 마디로 분산돼 있는 역량을 모아 전문업체들을 키우면서 경쟁력 있는 산업구조로 바꾸자는 것이다.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중소기업의 역할이다. 중소기업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현재 우리의 처지와 경제여건을 잘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동안 대기업들은 중소기업이 닦아놓은 전문분야를 침범해 경쟁관계에 있는 중소업체들을 도산의 위기에 몰아넣고 많은 실업자를 양산하면서 영역을 넓혀왔다. 그러나 요즘은 빚으로 덩치를 키워온 재벌그룹들이 생존을 위해 자기 앞가림에 급급한 실정이어서 일자리를 창출하기는커녕, 정리해고 등을 통해 실업자를 대량으로 쏟아내고 있다.
반면 내실있게 성장해 온 중소기업들은 재취업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또 특화된 전문성과 저비용 조직구조로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커가면서 산업의 역군으로 발돋움하려 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재벌체제 아래서도 실질적으로 우리경제의 많은 부문을 차지해 왔다. 이는 지난 96년 현재 중소기업이 전체 사업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9.1%, 종업원수도 전체의 69.2%에 달하고 있으며 생산과 수출액도 각각 47%와 42%를 기록, 전체 규모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는 통계청의 분석을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앞으로 미래산업에서 중소기업의 중요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창의력을 요구하는 정보사회의 도래, 다품종소량생산의 시대, 기술, 지식집약형 산업으로의 전환 등 달라진 경제환경에는 중소기업만이 적응할 수 있다. 외국의 대기업들이 기업분할 등을 통해 끊임없이 기업의 유연성을 키워나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차기정부도 중소기업의 영세성과 경쟁력 약화가 비단 자체적인 잘못에서 기인했다기보다는 반세기 가까이 계속되어 온 재벌 위주의 산업구조와 금융정책, 각종 법제에 의해 소외돼 왔다는 본질을 꿰뚫는다면 앞으로 산업구조를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지가 분명해질 것이다.
중소기업을 살리는 것만이 우리 경제가 회생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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