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특강] 의료영상 저장전송시스템(PACS)의 경제성

崔逈植

82년 연세대 의대 의학과 졸업

86년 진단방사선과 전문의 자격 획득

89∼91년 연세대 의대 전임강사

92∼93년 미국 워싱턴대 전자과 교환교수 역임

93년∼현재 대한PACS학회 홍보이사

94∼95년 삼성의료원 PACS팀장

96년 (주)메디페이스 대표이사

병원 및 의료정보화의 꽃으로 불리는 의료영상 저장전송시스템(PACS:Picture Archiving and Communications System) 도입의 경제성을 한마디로 단정하기는 매우 어렵다.

현재 국내에서 삼성의료원, 서울중앙병원, 서울대학병원, 연세의료원 등 대형병원들이 PACS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시스템 구성과 도입가는 물론 병원의 도입전략과 정책결정 또는 개발기간 등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시대로 접어들면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인상으로 인해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방사선 필름과 관련 재료대 및 장비 리스료의 인상으로 불가피하다.

따라서 필름의 대체방안인 PACS의 보급이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산 PACS가 수입제품에 비해 경제성이 더욱 높아지게 되었다.

실제 IMF시대로 들어서면서 방사선 필름 공급에 큰 차질이 빚어짐에 따라 국내 병, 의원들이 환자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X선 필름이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필름을 생성하는 데 필요한 현상액과 정착액은 물론 현상장비까지 거의 모두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환율급등에 반해 보험수가는 과거 달러당 8백원 정도의 환율을 근거로 책정되어 있어 국내 수입업체들이 필름을 공급하게 되면 큰 손실을 보게 된다. 자연히 공급량이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으며 이에 따라 병, 의원들이 앞다퉈 필름을 확보하기 위해 2배 이상의 현금을 지급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에서 방사선 필름 가격을 환율변동에 따라 인정하기로 해 조금은 상황이 호전되기는 했지만 올해 1, 2월은 많은 중소 병, 의원들이 방사선 필름때문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받을 것이다.

어쨌든 국민들은 과거에 비해 2배 이상의 필름값을 지불하는 데 따른 의료비 지출이 많아지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환율인상에 따른 필름 파동은 과거 15년 전의 은값 파동에 따른 필름 파동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은값 파동은 전세계적으로 공통된 파동이었으나 필름 파동은 아시아 좁게는 우리나라에 한정된 파동이다.

필름 파동의 가장 큰 원인은 필름이나 현상, 정착액 등의 재료나 현상장비들을 전량 수입에 의존한 데 있다고 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필름의 국산화를 추진하거나 필름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과거 은값 파동 후 구미에서 필름을 대체하는 방법으로 컴퓨터를 이용한 영상 저장과 전송 및 조회를 하는 PACS가 등장, 95년부터 상용화되기 시작했다.

필름이 산업화시대의 생산품이라면 PACS는 정보시대의 상품이다. PACS의 시장성장율과 필름대체는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 GE, 지멘스, 필립스, 도시바, 히타치 등의 의료장비 업체들도 PACS를 상품화했다. 전세계의 유수 필름 공급업체들인 후지, 코닥, 아그파, 이메이션, 코니카 등도 PACS 개발과 판매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1천병상의 대형병원에서 사용되는 필름양이 연간 1백만장 정도된다. 필름값도 그 크기와 종류 및 환율에 따라 차이가 많다. 달러당 8백원일 때 일반 X선 필름은 4백∼8백원으로 분포하며 레이저필름의 경우 1천4백원 정도였다.

그러나 환율이 요즘과 같이 2배 인상될 경우 각각 일반촬영은 8백∼1천6백원, 레이저필름은 2천8백원 정도로 인상된다.

최근 업무효율과 화질개선 등을 이유로 많은 병원들이 레이저 필름을 사용하는 추세다. 1천병상 규모의 병원에서 모두 레이저 필름을 사용할 경우는 16억∼20억원 가량이 소모되며 일반필름을 사용할 경우 10억∼12억원 정도 소모된다. 그러나 필름을 사용할 경우 필름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필름 프린터 등의 장비가와 현상액 정착액 등의 소모품 비용, 또한 필름 봉투값과 라벨비용은 물론 필름을 저장하는 데 필요한 창고 공간과 유지비를 계산해야 한다.

또한 현재 인턴, 레지던트는 물론 방사선과 직원과 외래 간호사 등이 필름을 찾기 위해 소비하는 시간을 인건비로 환산할 경우 연간 10억∼12억원 정도나 된다. 따라서 1천병상의 경우 연간 20억∼32억원 정도가 필름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소모된다.

현재 1천병상의 대형병원에 PACS를 설치할 경우 약 80억원이 소요되므로 3, 4년 내에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

PACS를 도입할 경우 전술한대로 장비 비용, 소모품 비용, 인건비 등의 계산이 용이하고 눈에 띄는 직접적인 장점 외에도 비용 편익을 명확하게 말할 수 없는 눈에 띄지 않는 간접적인 기대효과가 많다.

예를 들면 대량의 영상들을 컴퓨터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효율적으로 관리함에 따라 필름분실을 막고 필름촬영시 불량률을 줄여 기존의 5% 정도의 재촬영률을 1% 이하로 줄일 수 있게 된다. 또 의료진에게 영상을 전송함으로써 응급환자의 수술결정 등을 신속하게 할 수 있다.

또한 방사선과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병원 입원기간을 줄여 병실증설 효과를 볼 수 있다.

PACS는 병원 자체만 이득을 보는 것이 아니라 환자나 국가적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환자의 경우는 방사선과 검사결과를 빨리 보게 되므로 외래 대기시간을 줄여 당일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입원기간이 줄어 진료비용을 줄이고 병원방문에 따른 시간낭비와 경비까지 줄일 수 있다. 또 응급환자의 경우 신속한 수술여부의 결정은 생명과 직결되며 이는 환자나 보호자로서는 돈으로 그 가치를 가능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가적으로는 보는 이익은 다음과 같다. 현재 필름과 관련된 장비와 소모품 전량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연간 3천억원 정도가 지불되고 있다. 따라서 PACS를 도입할 경우 이들 필름 수입비용을 대체 할 수 있다.

PACS를 도입하게 되면 필름생성이 크게 줄거나 없어지게 되므로 날로 심각해지는 환경오염의 하나인 필름 정착액과 현상액 등의 공해처리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정부 또는 국제기관들의 강력한 환경보존 정책과 공해물질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경우 미래 병, 의원들은 많은 환경처리 비용을 내게 될 것이다.

또한 정부의 정보사회 구현을 위한 초고속 통신망사업에서 원격의료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듯 PACS와 원격의료가 의료기관은 물론 국가의 장래 정보산업과 직결돼 있다.

현재 필름은 미국과 일본이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필름 생산을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반면에 PACS의 요소기술인 컴퓨터, 정보통신 및 반도체 기술은 국내업체도 우수하다. 따라서 PACS를 국내병원들이 도입하게 되면 국내 정보산업이 발전하게 되며 업체는 기술축적과 임상경험을 통해 필름 대신에 PACS를 수출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의료기관간에 필름 대신 디지털 영상을 전송함으로써 중복검사를 피하고 신속한 환자 후송 진료방향이 정해지므로 전체 국가의료비 절감과 의료의 질관리가 좋아지리가 생각된다.

PACS도입에 따른 기대효과는 필름과 재료대 등의 눈에 띠는 비용절감보다는 의료진의 인건비 절감과 병원의 생산성 향상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이득이 훨씬 크다.

많은 기존 병, 의원들이 삼성의료원과 같이 필름없이 진료하는 병원을 단번에 또는 단기간에 구현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장애 요인으로는 장비 구매비용, PACS기술력 보유, PACS장비 설치환경을 위한 건축변경과 의료진의 컴퓨터환경에 대한 불신감 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전산화 단층촬영장치(CT), 자기공명 영상진단장치(MRI), 초음파 영상진단기 등 일부 영상들을 먼저 PACS로 하는 부분적인 PACS의 도입을 통해 자체 기술과 운영상 문제점 등을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한 다음 점차 확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는 이미 필름 생산이라는 산업화에는 늦었으므로 막대한 투자비용을 들여 필름산업을 육성하는 대신 정보산업인 PACS를 육성해 필름 수입대체 효과는 물론 수출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 보건복지부 G7과제에 PACS의 국내 표준화에 관한 지원 등 지원이 있으나 PACS산업 육성과 보급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PACS의 의료보험수가 적용이 무엇보다도 절실하다. 만일 이 기회를 놓치고 몇 년 후에 외국의 PACS가 국내시장에 침투할 경우 필름산업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대책없이 끌려다니게 된다.

따라서 IMF 시대에 정부와 의료계가 모두 PACS산업의 활성화를 위하여 좀더 적극적이고 신속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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